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부동산, 투기 아닌 산업의 대상으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17 16:52

수정 2016.07.17 16:52

[특별기고] 부동산, 투기 아닌 산업의 대상으로

지난 2004년 12월 국민연금이 부동산 투자에 대한 공청회에서 '왜 부동산에 투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국민의 돈인 연기금을 부동산 투기에 사용하려 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깔린 것이다. 당시 답변은 "연금이 투자하는 주거, 업무, 상업용 부동산도 산업의 인프라"라는 것이었다.

이후 국민연금은 보유자산의 10%를 넘는 20조원 이상을 부동산을 포함한 국내외 대체투자 분야에 투자하면서 안정된 수익을 달성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라는 부정적 인식에서 산업 인프라에 대한 투자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룬 결과다. 연금의 부동산 투자는 산업 서비스 인프라에 대한 투자로 그 혜택을 다시 국민에게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세계 유수의 연기금이 부동산을 안정적 투자대상의 하나로 보고 꾸준히 투자의 폭을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달 정부는 신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부동산 서비스 산업의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부동산을 투기의 대상이 아닌 산업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한계에 부딪힌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부동산을 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몇 가지 시급한 과제가 있다.

우선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 투명성은 부동산의 산업화 정도와 비례한다. 존스랭라살(JLL)에서 발표한 2014년 국가별 부동산 투명성 지수 순위에서 우리는 43위에 그쳤다. 중국은 물론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보다도 아래다. 대형 오피스시장은 간접투자의 영향으로 투자운용정보가 상세히 제공되는 것과 달리 주택, 소형 오피스, 상가 등 민간시장의 투명도가 낮다.

융복합도 필수다. 부동산 프로세스의 수직적 기능인 개발.건설.임대.관리와 서비스의 수평적 기능인 중개.감정평가.금융 등을 과감히 융복합해 시대흐름에 맞는 산업적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정부발표 중 우수 종합부동산서비스인증제도는 융복합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과제는 간접투자 활성화다.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는 우리 시장에서 부동산에 기반한 안정적 투자처는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미국리츠협회(NAREIT) 홈페이지에서는 리츠가 연간 약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소개할 정도로 부동산 간접투자의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그러나 우리 리츠는 사모 중심으로 성장해 소액 일반투자자를 위한 공모리츠가 빈약하다. 따라서 회사의 전문운용역량, 보유자산,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지속가능한 공모리츠의 성장이 절실하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나 한국철도공사와 같이 공공기관이 중심이 돼 공모리츠를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공기관 주도의 리츠는 민간공모리츠 확대의 첨병 역할도 할 수 있다.


그동안 부동산은 국부의 8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산업정책 차원에서는 방치됐다. 정부의 부동산 서비스 산업 육성 방안이 부동산에 대한 새로운 산업적 차원의 접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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