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당의 보이콧과 야당의 단독표결

그야말로 여소야대 정국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틀이었다. 거대 야당은 이견이 있는 안건을 단독 표결했고, 소수 여당은 이에 반발해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했다. 국회는 그렇게 멈춰 섰다.

지난 14일과 15일 국회에서였다. 여야는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용노동부 예비비 지출 승인안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펼쳤다. 부대의견에 시정요구를 명시할지, 징계와 감사청구를 명시할지가 쟁점이었다.

세 차례의 정회를 거듭할 만큼 여야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여당 위원이 모두 퇴장한 상황에서 야당 위원의 표결만으로 안건은 가결됐다. 다수를 점한 야당의 단독 표결이었다.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위원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으면 국회 운영과 관련해 중대한 결심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이튿날 오전 모든 상임위 일정을 중단했다.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여당의 국회 보이콧이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었다.

19대 국회에서도, 18대 국회에서도 수차례 있어왔던 '단독처리-보이콧-국회 파행' 수순이었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여야의 위치가 뒤바뀌었을 뿐이었다. 여당 대신 야당이 단독 표결을 했고 야당 대신 여당이 보이콧을 했다는 점, 그것만이 달랐다.

국회 파행은 다행히도 반나절 만에 수습됐다. 야당은 유감을 표명했고 여당은 이를 받아드렸다.

그러나 해프닝으로만 끝날 일은 분명 아니었다. 여야의 달라진 힘의 구도가 드러나는 순간이자 달라진 힘의 구도 속에서도 '멈춰선 국회'라는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암담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여당과 야당에 묻고 싶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혹 스스로가 부끄럽진 않았느냐고 말이다.

여당의 잦은 단독 처리를 날치기라고 공격했던 야당이 '날치기'를 하고 야당의 습관적인 보이콧을 비난했던 여당이 '보이콧'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과거의 자신을 맞닥뜨리진 않았냐고 말이다.

협치는 서로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경험보다 깊은 이해는 없다.
여와 야의 처지가 뒤바뀐 상황에서 서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상대당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의 여야는 누구보다 서로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 그게 여야가 20대 국회에서 보여줄 협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소야대 국회야말로 여야 모두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를 발휘할 때가 아닐까.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