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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칼럼] 브렉시트와 트럼프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19 16:52

수정 2016.07.19 16:52

[한미재무학회칼럼] 브렉시트와 트럼프

브렉시트(Brexit), 곧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은 국제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 사건이다. 전후 70년간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은 자유화, 국제화를 지향했고 EU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브렉시트는 무역과 금융이익을 포기한 우민정치의 결과인가.

트럼프는 기존 질서 거부와 위대한 미국 재건이라는 구호로 백인 노동자층에 인기가 있다. 멕시코 국경에 벽을 쌓고,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고, 이슬람교도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며, 중국 상품에 40% 수입관세를 부과한다는 주장은 실현성이 없다. 문제는 브렉시트와 트럼프가 과연 기존질서의 근간을 뒤엎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자유민주국가의 대표 격인 영국과 미국에서 왜 두 사건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시사점은 무엇인가.

첫째, 반국제화 포퓰리즘 정서가 미국과 유럽 모두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일부는 극단 이슬람 테러리즘의 확산 증가에 기인하며 다른 요인은 2008년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경제불안감이다. 문제 해결의 끝이 안 보일 때 불안한 대중은 이민자들을 희생양으로 삼거나 국제무역에 화살을 돌리며 체제파괴 주장에 매혹된다.

둘째, 정당 간 이념 다툼보다 엘리트와 민중과의 갈등이 핵심이다. 브렉시트 찬성파는 주권과 정체성 확립 등 메시지가 분명하나 잔류파는 메시지가 모호하다. 트럼프의 미국 이익 우선과 정체성 회복(백인 위주 암시) 주장은 분명하나, 엘리트들이 추구해온 국제주의나 자유무역 노선은 몇 마디 구호로 설명이 안된다. 또한 엘리트와 블루칼라층은 교육 언어환경이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정보비대칭을 초래하며 논쟁을 극단화로 몰고가는 성향이 있다.

셋째, 손익배분의 정치에 관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경험했듯이 자유무역 토론은 감정으로 흐르기 쉽다. 무역이익은 크지만 소비자 다수에게 분산되고, 무역손해는 작지만 일부 관련자에게 집중된다. 따라서 반대자의 목소리는 크고 지지자의 목소리는 작다. 이론적으로는 이익의 일부를 떼어 손해를 보전하면 되지만 소득이전 정책은 시행이 쉽지 않다. 차라리 자유무역의 이상보다는 노동자의 권익을 감안한 발전된 무역제도(Enlightened Trade)를 차선으로 고려하자는 전 미 재무장관 래리 서머스의 주장이 세를 얻고 있다.

넷째, 두 사건은 근본적으로 누적된 소득불균형의 결과이다. '21세기 자본'을 쓴 토마 피케티는 1980년 이후 소득불균형의 심화 과정을 보여주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불평등의 대가'라는 책에서 소득불균형은 시장실패가 그 원인이며 이는 종국적으로 사회불안과 분열을 가져온다고 갈파했다. 자유무역이 직장 감소와 임금 침체를 가져온 원흉이 아니라 기술 발전과 더불어 부유층에 맞게 설계된 경제정책이 노동자층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진단이다.

결론적으로 지도층과 기존질서를 거부하는 포퓰리즘은 테러 불안과 소득불균형의 심화에 그 근본원인이 있다. 따라서 트럼프의 당선 여부와 브렉시트의 향후 진전과 관계없이 반국제화, 반무역, 반엘리트, 자국우선주의의 정서는 계속될 것이다. 기업 측면에서 환리스크 관리 강화와 시설 이전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통화스와프와 외국자본 유출에 대비한 토빈세를 검토해 볼 수 있겠다.
동시에 내수시장 활성화와 기업 내실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영미 포퓰리즘의 근본원인이 소득불균형과 서민층의 소외감에 있다면(한국도 예외가 아님) 여러 계층을 아우르는 상생과 정의로운 경제 실현을 위한 제반정책이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지도층은 다양한 국민계층과 소통하며 정책의 명암을 밝히고 중지를 모으는 열린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종무 美 템플대학교 경영대 석좌교수

■약력 △서울대학교 △미국 뉴욕대 박사 △체이스맨해튼은행 이코노미스트 △컬럼비아대 조교수 △한미재무학회 회장 △템플대학교 경영대 석좌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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