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국경 없는 창업생태계 만들어라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19 16:52

수정 2016.07.19 16:52

[특별기고] 국경 없는 창업생태계 만들어라

영국 런던 동부 올드 스트리트와 퀸엘리자베스 올림픽파크 일대는 2010년까지만 해도 빈 공장이 늘비한 빈민가였다. 하지만 이 지역은 불과 6년 만에 시스코, 인텔, 구글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 다양한 국적의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1500여개가 자리잡은 유럽 최고의 창업요람으로 부상했다. 올해 초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로 화제를 모은 딥마인드도 이곳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이 지역이 빈민가에서 창업요람으로 환골탈태한 것은 영국 정부의 국적을 초월한 인재 및 기업 유치전략 덕분이다. 영국은 창업자 국적에 상관없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50개 스타트업을 선정, 중점 지원하는 '퓨처피프티'와 해외 인재에게 발급하는 '테크 네이션스 비자' 등 해외 인재를 수용하는 정책을 활발히 펼쳐왔다.

영국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국가들도 미래 경쟁력 확보방안으로 생태계 개방을 해법으로 찾은 듯싶다.
적극적인 해외 인재, 기업의 구애정책에 따라 이미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런던, 파리 등 주요 도시의 외국인 활동 비율은 50%를 상회한다. 싱가포르, 칠레, 이스라엘 등도 각종 인센티브를 앞세워 글로벌 인재·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인이 브라질인과 공동 창업한 '인스타그램', 미국인이 우크라이나인과 공동창업한 '와츠앱'은 수십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해외 인재와 스타트업을 유치해 경제 활력을 되찾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부분에서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국내 외국인 유학생 증가, 한류로 인한 국가 이미지 상승 등으로 한국에서 창업하려는 외국인 대학생, 해외 스타트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해외 스타트업의 국내 유치를 위해 올해부터 시작한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에는 최종 20팀을 선정하는데 무려 120여개 국가에서 2400여개 스타트업이 지원했다. 예상을 뛰어넘은 열기다. 미주지역 예선에 참여한 200여개 스타트업은 '하드웨어가 강해서' 'K팝 본류이기 때문에'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되는 곳이기 때문에' 등을 들면서 한국에서의 창업을 희망했다. 10만명에 육박하는 외국인 유학생들도 우리에게는 큰 자산이다. 우리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이들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편입될 경우 더욱 풍요로운 아이디어가 사업화될 수 있으며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로마가 세계를 제패하고 몽골, 영국이 대제국이 된 이유는 순혈주의를 지양하고 관용과 종교와 인종에 대한 개방성, 섞임의 국가체계를 토대로 삼았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는 손발의 부지런함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나 과학을 통해 거대한 혁신으로 만들어내자는 패러다임이다.
혁신적 아이디어와 거대한 혁신은 내부 힘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외부 아이디어를 우대하고 스타트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가능하다.
해외 인재와 스타트업 유치를 통해 활기를 잃어가는 우리나라 경제에 새로운 역동성을 수혈할 시점이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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