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번엔 고교생까지.. 무차별 '단톡방 성희롱' 심각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4 17:09

수정 2016.07.24 17:09

당사자 없이 남학생들 부적절한 대화.. 유출도 잦아
피해자 극도의 수치심에 노출 정신과 찾는 등 부작용
법조계 "채팅·SNS 등 공개적 공간으로 모욕죄 성립"
최근 고려대와 서울대에서 불거진 '단체 카톡방 성희롱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고교생들 사이에서 비슷한 사건이 불거졌다. 남학생들만 참여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방에서 특정 여학생에 대한 성적 험담을 하는 사례가 발생,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극도 수치심, 학업도 지장

고등학교 3학년 K양(18)은 지난달 중학교 동창 남학생들이 모여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본인에 대한 성적 험담이 오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채팅방에 있던 남학생 21명 가운데 일부가 K양을 비롯해 P양(18)의 특정 신체부위를 지목하며 심각한 수준의 험담을 한 것이다.

이들은 단체 채팅방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등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SNS 공간에도 피해 여학생들 사진을 올렸다. 이들은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가계정을 만들어 "노래방 도우미로 소개시켜주겠다"며 해당 여학생의 실명 등 신상도 공개했다는 것이다.


해당 채팅방에 있던 남학생 가운데 이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한 남학생이 피해 여학생들에게 대화창 캡처본을 전달하면서 고교생들 간 '채팅방 성희롱'이 알려졌다.

피해 여고생 P양은 24일 "이들 가해 남학생에 대한 법적 처벌을 위해 성적험담이 이뤄진 단체 채팅방과 페이스북 화면 캡처본 등을 갖고 경찰 고소 등을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K양은 현재 극도의 수치심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갑상선 항진증 진단을 받고 1개월 사이 약 10㎏이 빠진 상태로, 학업에도 지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法 "공연성 인정, 모욕죄 성립"

법조계에 따르면 단체 채팅방에 함께 있는 상대를 화제로 삼아 성적인 농담을 하고 음란물을 보내면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 행위'(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로, K양 및 P양과 같이 단체 채팅방에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대화는 제3자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박영재 변호사는 "단체 채팅방은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공개적으로 비방한 것이기 때문에 공연성이 있고 따라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다"며 "특히 페이스북 같은 SNS공간에서 사진과 실명을 공개하는 것은 더욱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비슷한 사례로 지난해 1월 국민대 학생들이 단체 채팅방을 통해 성희롱한 사실이 공개돼 학교는 학생 2명에게 무기정학, 4명에게 근신 처분을 내렸다.
학생들은 서울행정법원에 '무기정학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으나 재판부는 "채팅방이 남학생만으로 구성돼도 가해 학생들 의견에 동조하지 않은 학생이 있기 때문에 대화 내용이 언제든 외부로 유출될 위험성이 있었다"며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도 2014년 1~2월 지인 4명이 있는 단톡방에서 온라인으로 알게 된 한 여성에 대해 '텐프로에서 일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대학원생 박모씨(28)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제 참여자 가운데 1명이 피해자에게 사실을 알려 준 점 등을 감안하면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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