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갈등 프레임에 갇힌 대한민국(1)] 폭력시위 부상자 3년새 5배 증가, 그 배후에 도사린 '직업 시위꾼'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4 17:19

수정 2016.07.24 19:54

사분오열, 국가 기반 흔들.. 분란 조장으로 먹고사는 사람들
불법 줄었지만 폭력은 늘어.. 집회·시위 지난해 1만1311건
불법은 30건으로 크게 줄어.. 민중총궐기대회는 폭력 변질
사태 키우는 외부 세력들.. 세월호 1주기 등 외부인 개입
[갈등 프레임에 갇힌 대한민국(1)] 폭력시위 부상자 3년새 5배 증가, 그 배후에 도사린 '직업 시위꾼'

'노동개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은 최근 우리사회에서 불거지고 있는 대표적인 갈등 이슈들이다. 그런데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엔 어김없이 집회와 시위가 개입하고 있다. 대화를 통한 타협보다는 거리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일종의 관습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 및 시위는 보장된 권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폭력성은 문제 해결은 커녕 사태만 악화시키기 마련이다. 성숙한 집회시위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특히 이른바 '전문시위꾼'으로 불리는 폭력적 외부세력은 집회 주최 측의 의도나 집회 목적과는 상관 없이 건전한 집회 및 시위 문화를 훼손하며 갈등을 확산시킨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집회에서는 주최 측이 외부 세력과 거리를 두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집회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려 노력하는 모습도 두드러지고 있다.

■불법 시위 줄지만 부상자 증가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한 집회 및 시위는 지난해 1만1311건을 기록하는 등 2011년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집회 및 시위 발생은 2011년 7762건이던 것이 2013년 9738건으로 늘어났고 2014년에는 1만건을 돌파했다. 이 같은 현상은 심각한 경제위기에 우리 사회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더구나 이 같은 갈등이 집회 및 시위로 드러나면서 다수 현장에서는 폭력화 양상을 띠며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실제 최근 정부의 합법시위 보장 등으로 불법.폭력시위 자체는 줄어들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상자는 늘어나고 있다는 게 통계로도 입증된다. 경찰이 집계한 불법.폭력시위는 지난 2012년 51건에서 지난해 30건으로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부상자는 57명에서 302명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1차 민중총궐기대회'의 경우 노동개혁 등을 반대하는 노동자 등의 집회였으나 폭력사태가 빚어지면서 본질이 흐려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불법 행진을 저지하는 경찰 차벽 등에 밧줄을 묶어 끌어내는가 하면 쇠파이프 등으로 경찰관을 무차별 폭행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지방경찰청은 집회 주최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당시 경찰이 파악한 피해 내용에 따르면 경찰버스 52대가 파손됐으며 부상을 당한 경찰관.의경이 92명에 달했다. 또 폭력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의식불명 상태가 되는 등 집회의 목적은 사라진채 폭력 문제만 부각됐다.

■전문시위꾼 개입 사태 악화, 엄벌해야

이처럼 집회 및 시위가 폭력으로 변질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심각하다. '1차 민중총궐기대회'의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1차 대회가 폭력적으로 변질된 이후 2차, 3차 대회에 대한 관심은 집회의 폭력 여부에 집중됐다. 결국 집회의 본질인 '노동개혁'은 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집회 및 시위가 건전한 의사표현의 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외부 세력 차단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정마을 사건이나 쇠고기 파동 등 사회적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나타나는 시위꾼들이 있다"며 "외부 세력이 아닌 사람들은 얌전하게 시위하는데 외부 세력이 개입하면서 시위 현장이 정치화, 과격화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진다"고 비판했다. 류 교수는 "그런 사람들 몇 명만 처벌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모두 법률에 따라 엄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의 경우 유가족과 시민이 함께하는 추모집회였지만 집회 성격과는 무관한 외부 세력이 개입하면서 과격한 반정부 시위로 변질된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다.

당시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경찰버스를 부수는 등 과격시위자 100명이 연행됐는데 이 가운데 21명은 유가족이었지만 나머지는 집회와는 관계없는 사람들이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강정마을이나 밀양송전탑 건설 집행 등 갈등이 생길 때마다 환경단체나 종교계, 구 통합진보당 관계자 등이 개입해왔다"며 "국책사업은 국민과 국가가 서로 충분히 대화를 하고 협의를 해야 하는데도 이런 외부 세력이 개입하면 대화 창구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부 세력은 주민들을 선동하고 사실을 왜곡해 정부와 대화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갈등을 조정하는 기간이 길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력 안된다… 외부 세력 차단 노력도

집회 및 시위 증가와 사라지지 않는 폭력 시위 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다.

바른사회시민회는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결과를 인용, 지난해 11월 발간한 '불법폭력시위의 사회적비용과 사후책임에 대한 진단' 보고서를 통해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불법.폭력 시위 1회당 약 89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이에 따라 불법.폭력집회로 인해 발생하는 비싼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집회 및 시위 참가자 스스로가 외부 세력 개입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다각도의 대책을 강구하기도 한다.

지난 21일 서울 한강대로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된 경북 성주 군민들의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서는 집회 주최 측인 성주군민들 스스로가 경찰에 외부 세력이 개입할 수 없도록 해달라며 폴리스 라인 설치를 요청했다. 2000여명을 둘러싼 폴리스 라인은 성주군민과 외부 세력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역할을 했다. 성주군민들도 가슴에 파란 리본을 달고 성주 군민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명찰을 목에 거는 등 외부인과 구별 짓기를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이날 집회는 시위대 폭력과 경찰 차벽, 부상자 발생 등 시위 현장에서 흔히 벌어지는 폭력사태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한편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는 "사전에 한 쪽이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뭔가를 밀어붙이면서 다른 한 쪽에 양보를 요구하는 자세는 잘못됐다"며 "이런 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마찰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구자윤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