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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유럽의 위기, 한국의 위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5 16:52

수정 2016.07.25 22:40

[fn논단] 유럽의 위기, 한국의 위기

현대 서구문명의 중심지가 흔들리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 공항 폭탄테러에 이어 프랑스 남부 니스 차량테러, 독일 도끼테러까지 수백명이 사망하고 다쳤으며 지난 한 해 유럽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한 사망자만 151명이라고 한다.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에 비하면 규모 면에서 큰 것은 아니지만 평화와 행복의 상징으로 인식되던 유럽이 무차별적으로 테러를 당하고 있는 현실은 또 다른 경고를 주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의 주도권은 비록 미국으로 넘어갔지만 유럽은 그리스·로마, 기독교, 르네상스, 산업혁명 등 근대 철학·종교·예술·과학의 진앙지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늘날 화려하고 풍족한 물질문명은 유럽이 없었으면 탄생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유럽이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유럽 이외 지역에 대한 폭력과 수탈의 어두운 역사도 있지만 공과를 따지자면 공이 과보다 훨씬 크다 할 수 있다.
유럽은 최근 60여년 동안 과거 식민지 역사도 하나씩 접고 지속가능한 평화로운 지구를 만드는 데 앞장서 보편적인 인류애의 전파를 위해 노력해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유럽의 혼돈은 유럽 지역 경제의 상대적인 쇠락에서 시작된다. 1980년대 이후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력이 강성해지면서 유럽이 세계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감소했고,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남유럽에서 시작된 경제침체가 독일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전 유럽 지역을 강타하면서 자랑스러운 복지국가 자체가 도전받고 있는 상황이다. 게르만의 대이동을 연상시키는 이슬람지역 난민의 유럽으로의 이동이 커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유럽인의 심기를 자극시키더니 급기야는 브렉시트라는 유럽공동체 위기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의 쇠락은 유럽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 전체의 로망의 상실이고 미래 비전을 온갖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끝없이 성장만 할 것 같았던 일본도 1990년대 이후 경제후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최근에는 중국도 하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으며 미국이 반짝 경기회복을 보여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내외 악재로 경제성장률이 하강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북쪽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쏘아대고 핵실험에 여념이 없다. 참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속담처럼 위기상황에서도 현재의 국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온 국민이 함께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면 그래도 살 수 있는 희망이라도 만들 수 있을 터인데, 모두가 자기 욕심 차리기에 바빠 서로 이전투구하고 하루하루 싸움으로 공멸의 길로 가고있지 않나 우려감이 앞선다.

나라 밖 악재는 어찌할 수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나라 안에 산재해 있는 우리의 앞길을 어둡게 하는 장애물들은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래도 있는 사람, 가진 사람부터 솔선수범해 희생하고 책임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요구된다.
윗사람부터 부정부패의 고리에서 벗어나야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여야의 정치적 지도자들도 사드 배치와 같은 국가 안위와 관련된 상황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부실기업 및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등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구하는 현안들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이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 소통과 협치의 정신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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