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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강남구, 진정 '강남시트' 원하나

박지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5 22:36

수정 2016.07.25 22:36

[기자수첩] 강남구, 진정 '강남시트' 원하나

강남구가 다시 한번 서울시를 겨냥해 소송전에 돌입했다. 강남구는 앞서 서울시가 발표한 코엑스∼잠실운동장 국제교류복합지구 계획에 대해 제기한 무효확인 소송이 원고 각하로 판결나자 25일 항소했다. 옛 한전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 1조7000여억원이 강남구에서 발생한 자금이니 영동대로 통합개발에 우선 사용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구 경계선 내에서 쓰여야 한다는 것과 다름 없다. 서울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지만 큰 틀에서 쓰는 것을 두고볼 수 없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서울시가 공공기여금을 투입할 코엑스∼잠실운동장 국제교류복합지구는 강남을 위한 것이다.
사업 세부내용 역시 강남구가 주장한 영동대로 지하 광역복합환승센터 건설과 함께 삼성동 코엑스와 탄천 건너 종합운동장을 한데 묶는 마이스(MICE) 산업단지 구축에 쓰인다. 결국 강남의 산업지형 재편과 주변지역의 시너지효과를 위해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최근 강남구의 행보를 보면 '강남시트(강남+exit)'를 원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지난해 신연희 구청장은 '강남 특별자치구' 설치를 언급하며 강남시트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현재 강남구는 서울시와 공공기여금 사용을 비롯해 수서동 727 행복주택, 세택부지 등 현안마다 부딪히고 있다. 특히 수서 행복주택을 한티역으로 옮기자는 주장은 건설업계에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실성 없는 대안으로 '님비 현상'에 정점을 찍은 셈이다. 양측이 진행하는 소송도 무려 5건이다.

2000년대 유럽연합(EU)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유로화(통화), 솅겐협정(통행), 에라스무스 프로그램(교육) 등으로 대변되는 유럽의 물리적·화학적 통합의 상징이었다. '유러피언 드림'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도 조화와 화합, 보편성을 앞세운 유럽식 수평적 세계화를 기존 자본주의 질서의 문제점을 보완할 대안으로 봤다. 그러나 유러피언 드림의 균열은 결국 내부에서 비롯됐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관철시킨 영국의 '브렉시트'가 배려와 조화로 대표하는 EU의 통합실험을 위기로 내몬 것이다. 강남구 역시 그동안 '부자구'라는 이유로 서울시 재정사업에서 후순위로 밀린 억울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치를 가장한 이기주의는 결국 공동체를 위기로 몰고간다.
구청장 개인의 정치를 위한 것이라면 더 위험하다. 강남구가 교통, 소방, 수도 등 기본 인프라를 서울시와 공유하는 상황에서 강남시트와 독자생존은 불가능하다.
강남구가 눈앞의 유불리를 따지기 앞서 더 큰 그림을 봐야 할 이유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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