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갈등 프레임에 갇힌 대한민국(1)] '평균 연봉 9600만원' 현대차 노조의 파업.. 기득권 챙기느라 청년 실업난 뒷전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6 17:01

수정 2016.07.26 17:01

3.노조 이기주의에 발목 잡힌 한국
사분오열, 국가 기반 흔들
현대車 연봉 獨·日보다 높아도 임금인상·성과급 내세워 파업
나흘간 2500억 생산차질 빚어.. 울산 車수출도 25개월래 최저
조선업 위기 속 현대重도 파업.. 뉴질랜드 해군함 등 차질 우려
한국 경제가 이른바 '귀족노조'로 일컫는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난과 위기의 경제상황은 아랑곳하지않고 오로지 자기 몫만 챙기면 된다는 기득권 노조의 이기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기득권 노조의 파업은 매년 임단협 시기만 되면 되풀이된다. 고임금을 받으면서 성과급 인상까지 요구하는 행태는 청년 구직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마저 주고 있다. 기업의 대내외 신인도 하락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특히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조선사 노조의 잇단 파업으로 자칫 기업회생을 위한 '골든타임'마저 놓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나온다.


[갈등 프레임에 갇힌 대한민국(1)] '평균 연봉 9600만원' 현대차 노조의 파업.. 기득권 챙기느라 청년 실업난 뒷전

■청년 실업난 '모르쇠'…기득권 챙기기

대표적인 귀족노조로 일컬어지는 현대자동차 노조와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이 대표적이다. 양사 노조는 지난 19일부터 연대파업을 벌이고 있다. 양사 노조는 최근 매년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되풀이하고 있다.

19년 동안 분규 없이 노사협상을 마무리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4년부터 3년 연속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 노조도 5년 연속 파업 중이다.

양사의 동시 파업은 1993년 '현대그룹노조총연합'(현총련) 아래 모여 무노동·무임금 철회 등 대정부 투쟁을 벌인 이후 23년 만이다. 양사 노조는 임금인상을 파업 명분으로 내세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의 7.2%인 15만205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함께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기본급 5%(9만6712원) 인상 등을 주장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으면서도 또다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평균 연봉은 9600만원으로 독일·일본 자동차업체에 비해 높다.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일본 도요타의 평균 연봉은 7961만원, 2위 독일 폭스바겐은 7841만원으로 현대차 임금의 80%가량에 불과하다.

청년들은 이들 노조의 파업이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외면한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을 챙기기 위한 명분 없는 파업이라고 비난했다.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청년이여는미래 등 청년단체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귀족노조가 벌이는 파업은 청년들의 희망을 꺾고, 국가경제를 흔드는 이기적인 행태"라며 "청년 실업 해소와 국가경제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파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청년실업률이 10.3%로 17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청년들의 극심한 취업난이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약화 불가피

매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파업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서 대외 신인도 하락은 물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조선업의 경우 선박 공급물량이 감소하는 추세 속에 가격, 품질, 납기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하지만 파업으로 인한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품질과 납기에 대한 해외 선주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결국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실제로 뉴질랜드 야당인 노동당은 현대중공업이 뉴질랜드로부터 수주한 약 5억달러짜리 해군 급유함 인도가 약속된 2020년을 넘길지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노동당 측은 급유함 인도에 가장 큰 위험요소는 지난 3년 동안 나빠진 현대중공업의 노사 관계라고 밝혔다.

해외 고객이 기업의 노사갈등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이런 사례가 누적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수주 경쟁에서 점점 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국제 해운.조선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 조선소의 수주실적은 27척, 83만CGT(표준화물선환산t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1척, 685만CGT보다 88%(CGT 기준) 급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계열사도 올 상반기 13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현대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지난 19일부터 나흘간 이어진 파업으로 총 1만1600여대, 2500억원 규모의 생산차질이 빚어졌다.

지난 22일 하루 금속노조 파업에 동참한 기아차는 1300여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280억원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특히 기아차 노조는 임단협 교섭 결렬 후 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아 '정치파업'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동향을 보면 2014년 9월 울산 자동차 수출은 9억7000만달러로 2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2015년 10월도 13억30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3.5% 감소했다. 무역협회는 당시 이를 두고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경영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해외 딜러들은 국내 노조의 파업 상황을 예의주시하는데 이는 파업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나 신차 판매에 미칠 영향 때문"이라며 "결국 파업이 잦은 기업에서 생산된 자동차 품질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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