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차장칼럼] 삼성과 LG의 흑역사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6 17:27

수정 2016.07.26 17:27

[차장칼럼] 삼성과 LG의 흑역사

운 좋게도 4년간 정보기술(IT)과 전자업계를 출입하면서 3대 국제전시회를 모두 경험하는 행운을 누렸다. 2013년 1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소비자가전쇼(CES) 취재차 생전 처음 '사막의 땅'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해외출장이라고는 일본과 중국 서너번 가본 게 고작인 터라 이역만리의 드넓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를 보는 순간 그 위용에 압도되고 말았다.

그런데 전시장 메인홀에 들어선 순간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객의 심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마치 주인이 된 양 당당함이 마음을 꿰찼다. 그 큰 전시장의 '핫 플레이스'를(그것도 가장 큰 전시공간이었다) 장악한 건 삼성과 LG였다. 뭉클했다.
'아, 내가 이런 기업들이 있는 나라의 국민이었구나' 하는 뿌듯함이 저 밑바닥부터 가슴을 관통했다. 이런 감흥은 2013~201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출장과 지난해 9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도 똑같았다.

이제 본론을 꺼내겠다. 삼성과 LG. 언급한 대로 한국 경제사에서 빼놓아서는 절대 안 되는 두 이름이다. 두 기업은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올려놓은 쌍두마차다. 하지만 두 기업이 얽힌 '분쟁의 역사'는 최근까지 이어졌다.

특히 최근 5년간 삼성과 LG의 관계는 '흑역사'로 점철됐다. 사업분야가 비슷하다보니 번번이 부딪쳤다.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사가 전략적으로 선택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를 놓고 특허소송을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냉장고 용량 분쟁도 터졌다. 상대 회사의 냉장고 용량이 실제로는 더 작다는 비교광고가 발단이었다. 2014년 9월 IFA에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터졌다. LG전자 가전담당 사장이 현지 매장에 전시한 삼성 세탁기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 세간에 알려진 '세탁기 파손 사건'이다. 세탁기 사건은 결국 한국 법정에 오르게 됐고, 지금까지 1년 넘게 재판이 진행 중이다. 기소된 LG전자 사장은 항소심까지 모든 혐의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작년 3월 삼성과 LG는 대타협을 했다. 세탁기 사건과 디스플레이 분쟁, 시스템에어컨 영업비밀 공방 등 난타전을 벌였던 모든 법적 분쟁을 종결한 것이다. 그러나 올 들어서도 양사는 TV 논쟁을 이어갔다. 요점은 삼성의 퀀텀닷과 LG의 OLED TV 화질 경쟁이다. 또다시 소모적인 법적 분쟁의 흑역사가 반복될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LG디스플레이 대표인 한상범 부회장의 발언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더 이상 경쟁사와 소모적 논쟁을 하지 않겠다. 우리의 길을 묵묵히 가겠다"고 했다. 그가 디스플레이협회장이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반가웠다. 중국의 화웨이가 삼성을 상대로 무차별 특허소송전에 나섰고, '중국굴기'는 꺾일 줄 모른다.
미국의 월풀은 정부를 등에 업고 삼성과 LG 가전에 호시탐탐 덤핑의 허울을 씌우려고 안달이다. 소니 등 일본 업체들도 한국에 뺏긴 전자업계의 패권을 탈환하려 와신상담 중이다.
우리의 진짜 적은 밖에 있다.

최갑천 산업부 cgapc@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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