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박세리, "다시 태어난다면 남자로 태어나 PGA투어서 성공을 거두고 싶다"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7 16:03

수정 2016.07.27 16:03

리우 올림픽, 금 은 동 싹쓸이가 목표..국민들 응원과 따뜻한 격려 부탁 
27일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명동 본점 4층 대강당에서 열린 은퇴식 및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박세리.·
27일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명동 본점 4층 대강당에서 열린 은퇴식 및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박세리.·
"이번 올림픽에서 금, 은, 동메달 휩쓰는 것이 목표다."
리우 올림픽 여자 대표팀 감독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의 출사표다. 박세리는 27일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명동본점 4층 대강당에서 열린 '박세리 기자회견 및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서 은퇴에 대한 소감과 함께 리우 올림픽에 지도자로 출전하는 각오를 밝혔다. 박세리는 "선수 생활을 2, 3주 전까지 했기 때문에 은퇴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은퇴는 몇 년전부터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는 돼 있었다. 다른 모습의 박세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30년 골프 인생 중에서 후회한 것은 없지만 선수 생활 동안 나 자신에게 여유를 주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세리와의 일문일답.

-감독으로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소감은?
▲안전에 관해서 최우선으로 신경쓰고 있다. 브라질이 안전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지카 바이러스 외에도 현지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안전성에 신경쓰고 있다. 여자 골프 대표팀의 성적은 팬들이 바라는 대로 금,은,동을 휩쓰는 것이 목표이지만 선수들에게 부담감을 많이 주고 싶진 않다. 매 시합 최선을 다할 것이고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

-선수들과 언제 어떻게 만나서 전술을 짤 계획인지? 앞으로의 일정은?
▲3주 전까지만 해도 시합을 같이 출전하고 있어서 선수들하고 많은 대화를 하진 않았다. 단 유의사항은 전달했다. 단체대항이 아니고 개인전이라 별도 조언 보다는 우선적으로 마음 안정이 필요할 것 같았다. 현지에 대한 위험성에 걱정 많이 하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상의하고 안심시키는 중이다.

-3년 전 어떤 은퇴 계획을 세우고 있었나?
▲3년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후배들을 봐오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지금의 후배들이 감사하게도 너무 잘 해주고 잘 이어주고 있기 때문에 욕심을 내자면 그 상황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 저 이후에 박인비 프로가 나왔고 그 이후에 누군가가 또 나와서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에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게 아니니까 그런 쪽으로 노력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

- 지도자 박세리 어색하지 않은가? 리우 올림픽에 선수로서 나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
▲저도 선수 박세리가 더 익숙하다. 솔직히 어색하다. 골프채를 내려놓은지 3주 됐는데 적응이 되지 않았다. 리우에 선수로 나가고 싶은 욕심은 났다. 올림픽에 골프가 정식 종목이 됐다고 했을 때 욕심을 내보기도 했지만 제가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해도 후배들에게 양보하고 싶기도 했다. 감독으로 가게 돼서 뜻 깊고 영광스러운 자리이기 때문에 선수 못지 않게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리우 일정은 어떻게 되나?
▲나는 내달 11일 출국하고 선수들은 그 이후에 도착한다. 아직 선수들이 시즌 중이어서 박인비는 12일, 김세영은 13일 각각 도착할 예정이다. 따라서 연습 기간은 충분치 않을 것 같다. 선수들에겐 그 생활이 익숙해져서 큰 걱정은 안 하지만 장기간 이동이 걱정되는 부분이다. 선수들을 위한 것들이 준비돼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길 바라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 우려는 없는지?
▲솔직히 신경을 안 쓰진 않는다. 그런데 8월이면 브라질은 겨울이라고 하더라.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성은 조금 낮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고다. (지카바이러스에 대비)용품과 의류 제작도 특별히 했다. 선수들도 지카 바이러스 위험성으로 걱정,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그 쪽은 겨울이라 조금 위험성이 낮아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안전성을 따져봤을 때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감독으로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와, 라이벌로 느껴지는 선수는 누구인가?
▲특정하게 누구를 꼽을 순 없을 것 같다. 현재 여자 대표팀은 꾸준히 성적이 상승하는 컨디션이고, 선수마다 장점, 단점을 꼬집어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태극기를 달고 경기에 출전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우리 선수들과 가장 라이벌이 될 것 같은 선수는 리디아 고다. 그는 상승세다.

-선수촌 상태가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어떤가?
▲선수촌 방 배정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을 위해 선수촌 밖에다 따로 숙소 마련을 했다. 위치, 보안도 많이 신경썼고 그 외적인 것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큰 문제 없이 불편 없이 하기 위해서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코스 특징 어떤 것 같나?
▲8월 브라질은 겨울이고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하더라. 골프 코스가 링크스 스타일이어서 날씨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은 날씨, 환경 조건에 잘 적응하는 편이다. 바람이 관건이니 바람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 여자 대표팀은 모든 부분에 최상의 컨디션이기 때문에 다 잘 할 것으로 믿는다.

-다시 태어나도 골프 선수가 되겠는가?
▲다시 할 것 같다. 그 때는 여자가 아닌 남자로 태어나 LPGA가 아닌 PGA투어에서 다시 한 번 꿈을 이루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박인비의 컨디션은 어떤가?
▲올림픽 불참을 생각할 만큼 자신의 컨디션에 자신이 없었다가 2,3주 전에 출전을 확정 지었다. 올림픽 출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어도 올림픽까지 많이 회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 보다도 박인비 선수 스스로 부담감이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 출전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우선 고맙다. 다른 선수들도 많은 힘이 됐을 것이다. 최선의 컨디션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보다도 현지에 이틀 정도 더 빨리 도착할 예정이다.

-대표 선수들간 화합은 어떤가. 후배들에게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은가?
▲단체전이 있으면 좋을 만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렵지 않은 선배,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 의지할 수 있는 언니같은 지도자, 즉 우산이 되고 싶다.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하지 못 한 것이 가장 아쉬울텐데?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하지 못 한 것이 가장 아쉽지만 감사하다. 제가 이루고 싶은 가장 큰 도전을 해왔고 지금 제가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공식적으로 오는 10월 국내서 열리는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은퇴 대회가 될 것같다. 올림픽 때문에 별도의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올림픽을 마치고 나서 구체적인 대회 출전 계획을 세우게 될 것 같다.

-선수생활을 점수로 매긴다면?
▲제가 희생하고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저에게 도전이라는 기회를 줬고 성공이 돌아왔다. 더 바랄 것이 없다. 꿈을 꾸기 위해서 누구나 도전하지만 이루는 사람이 많지 않다. 골프는 더더욱 생각을 못 했다. 점수로 따지면 A+ 이상이 아닐까 싶다. 골프는 많은 의미를 저에게 줬고 더 빨리 성숙해질 수 있었다. 골프를 선택한 것에 대해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올림픽 최상의 시나리오와 출사표는?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이 금, 은, 동을 다 따고 귀국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의 말 한 마디가 선수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조금 조심스럽다. 메달이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 했으면 좋겠다.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신 만큼 선수들에게도 무게가 주어진다. 선수들에게 잘 했을 때보다 최선을 다 하고 돌아왔을 때 따뜻하게 안아주셨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이자 바람이다.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하는 것이 의미가 크고, 태극기 달고 나가는 것만으로도 책임감이 크다. 많은 팬들의 관심이 집중돼 부담이 큰 만큼 설령 성적이 안 나오더라도 위로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자신의 골프 생활에 있어서 숨겨진 명장면?
▲1998년 US여자오픈이다. 1997년에 처음 그 대회에 출전했고 골프장을 떠나면서 다른 건 모르겠지만 이 시합은 너무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연의 일치로 1998년에 정말 원했던 대회에서 우승하게 됐다. 또 쉽게 우승한 것이 아니었고, 그 맨발 장면이 저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KLPGA 회장이 공석이다. 협회장을 포함해 협회 행정에 관심이 있는가?
▲전에도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관심이 많다. 후배들에게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한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여를 하려고 생각 중이다. 회장은 저보다 훌륭한 분이 있어야할 자리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처음부터 하나씩 쌓고 배워 나가겠다.

-골프 하면서 후회한 적은 없었는가?
▲솔직히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있다. 내 스스로 골프를 제외하고는 즐거움을 찾지 못한 게 바로 그것이다. 물론 그러한 희생이 없었더라면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도 없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내 자신에게 너무 인색했던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에게 배려하고 여유를 주는 것이다.
후배들에게 꼬 해주고 싶은 말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