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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포화속에 묻힌 영웅들 알리고 싶었다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7 17:01

수정 2016.07.27 17:01

영화 인천상륙작전 해군 첩보부대 대위役 이정재
"재미와 의미 함께 담은 영화..애국 강요한다 느껴질까봐 세련되게 표현하려고 애썼죠"
"신세계·관상 등 쭉 악역 맡아.. 변신하고 싶은 욕심 컸어요"
전쟁의 포화속에 묻힌 영웅들 알리고 싶었다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 영화 속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이범수)의 말처럼, 민족 상잔의 비극 6.25 전쟁은 그래서 일어났다. 같은 피를 공유했음에도 이념이 달랐기에.

전쟁은 그저 쏟아지는 총알과 포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전쟁 3년간 300만명이 넘는 이들의 목숨이 앗겼듯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다. 서로 모르는 타인을 향한 방아쇠도 잔인할진데, 이념을 앞세워 자식이 아비를, 그리고 친구를 향해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얼마나 비참한가. 잔혹한 전쟁의 포화 속에는 알려진 영웅보다는 이름없이 스러져간 영웅이 당연히 더 많을터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속 이들처럼 말이다.


할리우드 스타 리암 니슨이 맥아더 장군을 맡고 배우 이정재, 이범수의 열연으로 화제가 된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이미 600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천만 영화'로 달리고 있는 '부산행'에 이어 '인천상륙작전'이 포문을 열면서 극장가 여름 대전이 한층 달아올랐다. '인천상륙작전'은 1950년 9월 15일 자정, 작전명 '크로마이트'. 역사 속 인천상륙작전의 긴박한 상황을 재구성한 영화다. 5000대1의 희박한 성공 확률 속 전쟁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숨은 영웅의 이야기를 첩보전으로 풀었다. 총 제작비 170억원이 투입된 대형 블록버스터로 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다.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는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통해 전쟁의 참혹한 상황 속에서 묻혀진 영웅들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정재는 맥아더 장군의 연합군을 인천에 상륙 시키기 위해 활약한 8명의 해군 첩보부대원들을 이끄는 해군 대위로 묵직하게 극을 이끌었다. 전쟁 영화지만 치열한 첩보전에 포커스를 맞춰 긴장감과 속도전을 살리다 보니 부상도 입었다.

그는 "실화에 영화적 요소를 가미하면 역사적 의미가 퇴색하기도 한다. 관객들이 재미와 의미를 함께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일차적 목표였다"면서도 "다만 애국심을 강요하는 영화로 보일까봐 고민이 많았다. 그런 부분에서 세련되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전쟁의 포화속에 묻힌 영웅들 알리고 싶었다

실제로 제작자인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재한 감독은 영화 '포화 속으로'가 색깔론으로 논란을 겪은 경험이 있어 우익.애국적 부분이 지나치게 부각되지 않도록 시나리오와 촬영분을 꽤 많이 수정했다. 그 과정에서 첩보부대원들의 개인사도 상당 부분 날라갔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서다.

그럼에도 '우익' '반공' 영화라는 지적이 나왔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그도 꽤 고민한 부분이다. 그런 그가 영화를 선택한 것은 숨은 영웅들의 희생과 업적을 알리려는 시나리오의 의도가 뚜렷해서였다. 그는 "애국이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을 얼마나 영화 속에서 촌스럽게 강요했는지가 문제다. 영화 속에서 관객들의 감정을 억지로 강요하는 씬들은 잘 작동이 안된다. 그런 부분을 감독도 잘 알고 있었던 만큼 시나리오가 가진 기본 의미와 의도는 분명했다"고 말했다.

벌써 연기 인생 24년차. '도둑들'(2012) '신세계'(2013) '관상'(2013) '암살'(2015)로 이어진 그의 최근 몇 년간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선과 악의 기로에서 비열함과 흔들리는 고뇌를 더없이 섬세하게 그려냈던 그가 이번 영화에서는 어떤 반전도 없이 직진이다. "단 한 사람만 남더라도 해야 할 일"이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적진 속에서 임무성공이라는 집념을 깊이 있게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이정재는 "관상이나 암살, 신세계도 그렇고 최근 선.악의 가운데서 갈팡질팡 하는 역을 많이 했다. 그래서 악역이나 고민하는 역이 아닌 일관되게 (선한) 역할도 해보고 싶었다.
물론 그런 의도로 이 역할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다른 색깔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웃었다.

연기 인생이 길어질수록 연출이나 제작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연기' 외에는 다른 꿈이 없다고 했다.
그는 "연기만 하기에도 바쁘고, 일을 많이 하다보니 연기도 잘하게 되는 것 같아 좋다"며 "어떤 영화인이나 배우가 되겠다기 보다는 지금과 같이 일을 꾸준히 하고 싶다는 것이 소박한 바람"이라고 털어놨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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