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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과도한 통화정책은 위기 만들어"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7 17:27

수정 2016.07.27 17:27

경제재정연구포럼서 강연.. 저성장 장기화 극복 위해 재정·구조조정 정책 강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한국의 국내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대응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재정.구조조정정책이 동반돼야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 주최로 열린 경제재정연구포럼 강연에서 "통화정책은 시간을 벌어주는 것일 뿐이다"라며 "과도한 통화완화정책은 또 다른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이같이 말했다.

이어 "중앙은행 총재들은 지금의 지나친 통화완화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며 "저금리에 따른 폐해가 나타나 경기회복을 해도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1.25%로 내린 뒤 나와 주목된다. 경기 저성장 국면에 통화팽창 정책을 쓰고 있지만 이 같은 완화정책이 지속될 경우 오히려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는 역설적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외적으로 보호무역 현상이 도래해 교역규모가 줄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인구 고령화와 제조업의 성장동력이 약화해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할 것으로 이 총재는 전망했다.

그러면서 경기하락 국면이 구조적 요인에 기인해 재정정책과 구조조정이 함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펀더멘털이 양호한 만큼 경기악화나 위축에 대한 대응력은 갖추고 있다고 봤다. 그는 "우리나라의 양호한 재정여건은 경기부진 및 고용위축에 대응할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중국의 개혁이론인 '봉황열반 등롱환조'를 언급했다. 이는 '모든 것을 불태워서 없애고 시작하며 새장의 문을 열어 새를 바꾼다'는 의미로, 모두 구조조정해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아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은 늘 하는 말이라 식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공식적으로는 '봉황열반 등롱환조'의 자세가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의 핵심은 정부와 국회가 선두에 서서 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선 최근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표출됐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과연 정부가 구조조정에 앞장서는 것에 누가 신뢰를 할지 의문이다"라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도 수출입은행이 자금을 투입했고 IMF 때도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잘할 수 있는 내수 소비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소득 재분배에 신경 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도 "기업의 경쟁력과 수출환경 제고는 정부가 신경 쓰기 어렵다"며 "결국 내수 쪽에서 활력을 찾아야 하는데 이 총재가 지적한 구조조정 방안은 선언적"이라고 견해를 내놨다.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은 "현재 한국 사회는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상황"이라면서 "과연 국민이 구조조정의 짐을 같이 질 것인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경제재정연구포럼은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과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을 공동대표로 하는 국회의원 연구단체다.
이날 강연에는 여야 의원 30여명이 참석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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