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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의 소비자경제] '한국형 레몬법' 자동차 또다른 규제 될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8 16:49

수정 2016.07.28 16:50

[이성구의 소비자경제] '한국형 레몬법' 자동차 또다른 규제 될라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2146만대로 국민 2.4명당 1대이고 자동차는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과 금융자산 다음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또한 최근 폭스바겐의 연비 조작 문제 등으로 자동차 소비자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래서인지 20대 국회가 개원되자마자 자동차 소비자보호에 관해 다수의 법률 개정안 및 제정안이 발의되었다.

일부 개정안은 절차적 보완 수준의 것들로, 예컨대 자동차 구매자가 임시운행허가를 받아 사용하는 기간 중에는 결함발견 시 권리구제가 용이한 장점이 있으나 일부 제조사 등(판매자를 포함)이 임시운행허가 신청대행을 게을리하고 있어 이를 의무화하거나, 제조사가 리콜 조치를 하기에 앞서 자동차 소유자가 자기 부담으로 시정한 경우 보상하는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 등이다.

하지만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가운데 연비의 과다표시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경제적 보상 계획을 제출하도록 한 내용이라든가 한국형 레몬법의 도입이라고 하는 자동차 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은 비단 자동차 소비자보호뿐만이 아니라 기존의 소비자보호법 체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보다 신중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국회에서 발의된 자동차 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제조사 등이 자동차를 판매할 때 보증 범위와 기간, 하자 발생 시의 보상방법과 절차 등을 명기한 품질보증서를 교부하도록 하고 있다.
일정 횟수의 수리나 수리기간 내에 해결하지 못할 경우 자동차 제조사 등에 교환·환불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고의적 의무불이행에 대해 2배의 가중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며 자동차소비자권익보호원을 설립해 피해구제와 분쟁조정 등을 담당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제안 이유를 보면 현재 자동차의 교환·환불 기준을 정하고 있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강제력을 가진 법적 의무가 아니어서 한계가 있으므로 한국형 레몬법 도입을 통해 자동차의 품질보증책임, 제작결함 시정과 수리.교환.환불 등의 분쟁해결기준을 명확히 하고 구매단계부터 피해구제까지 자동차 소비자보호 전체를 총괄하는 자동차소비자권익보호원을 설립해 소비자 권익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현행 소비자기본법이나 이에 근거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약관법, 표시광고법 등의 관련 규정을 보완해 대응하는 것이 소비자보호에 더 효과적일 수 있음에도 새로운 규제를 양산하거나 현재 소비자원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별도의 기구를 설립해 인력과 예산을 낭비할 우려도 없지 않다.


며칠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발의된 기업 관련 법안 180개 가운데 119개가 규제 관련 법안"이고 법안에 따라서는 제도의 근간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도 있지만 충분히 논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이 역시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소비자의 안전이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권리의 침해에 대해 배상받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는 어떤 산업에서든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놓인 자동차산업에서의 소비자보호를 정부 규제 강화로 해결하려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yisg@fnnews.com 이성구 fn소비자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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