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검찰, 신뢰회복 기회 놓칠 셈인가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28 17:28

수정 2016.07.28 17:28

[기자수첩] 검찰, 신뢰회복 기회 놓칠 셈인가

제헌절 새벽 뇌물수수 혐의로 현직 검사장이 구속됐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다. 다음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렸지만 떨어질 대로 떨어진 신뢰는 언제, 어떻게 회복할지 답답한 노릇이다. 검찰총장 사과는 지난 10년간 벌써 여섯 번째다.

돌이켜보면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순간순간이 모두 기회였다.
당초 진경준 검사장 재산증식 논란이 불거졌을 때 법무부는 감찰에 나설 수 있었고 선제적 조치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시민단체 고발장이 접수되고 등을 떠밀리다시피 수사에 착수하고서도 검찰 움직임은 느리기만 했다. 무려 3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조사 중이다" "속도를 내고 있다" "일정을 조율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진 검사장과 김정주 회장을 한 차례도 부르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그런 검찰의 등을 국민들은 다시 한 번 떠밀었다. 5월 30일 개원한 제20대 국회에서였다. 설상가상, 홍만표 전 검사장이 법조비리 스캔들의 중심에 서고 서울남부지검의 젊은 검사가 부장검사 폭언을 견디기 힘들다는 글을 남긴 채 자살하는 등 악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도 시간문제'라는 분석까지 흘러나왔다. 결국 검찰은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성과는 상당했다. 진 검사장은 혐의 일부를 인정하는 자수서를 제출했고 김정주 회장도 결정적 진술 몇 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검사장은 전격 구속됐고 검찰은 기소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검찰이 다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검찰 관계자는 우 수석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특임검사가 수사 중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아직 특별히 진행한 것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다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조사가 이뤄진다는 소식이 나오고서는 아예 한 발짝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칼끝을 바라보는 국민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제 식구니 감싸고 권력 핵심부와 연결되니 움츠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거악을 척결한다는 검찰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 여섯차례 사과 때마다 검찰은 "국민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다시 한 번 믿어달라"고도 했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신뢰는 검찰 스스로 찾아야 한다.

후회는 가장 빠를 때조차 늦다고 한다.
신뢰 회복을 위한 날카로운 검찰을 기대한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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