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국내 주식형펀드의 위기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31 16:37

수정 2016.07.31 16:37

[데스크 칼럼] 국내 주식형펀드의 위기

딸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용돈에서 매월 10만원씩을 떼 적립식펀드에 가입했던 모양이다. 재잘재잘거리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가입할 때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나에게 가입한 것을 말하지 않았다. 우연히 집으로 날아온 운용보고서를 보고 가입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딸이 지난 2월 졸업했으니 약 5년간 투자한 셈이다. 수익률이 어떤가 봤더니 조금 손실이 나있었다.

참 어이가 없었다.
수년간 불입한 펀드 성적이 크지는 않았지만 마이너스라니. 아무리 초저금리 시대라도 적금을 붓는 것이 훨씬 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장 환매하고 매년 배당을 꼬박꼬박 하는 배당주를 적립식펀드처럼 매달 사라고 권했다. 그런데 딸애는 만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 그때까지는 일단 가져가겠다고 한다.

최근 만난 모 자산운용사 관계자에게 딸애의 사례를 넋두리처럼 말했더니 "그래도 거의 원금을 보존하고 있네요. 그 정도면 휼륭합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재산(?)을 늘리겠다고 시작한 펀드 투자가 원금을 보존했다고 위로받으니…도대체 펀드투자를 왜 하는지 답답했다. 물론 수익률이 좋은 펀드도 있지만.

최근 국내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이 약 1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2008년 76조원이 넘었던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이후 출렁출렁하더니 마침내 7월 50조원이 무너졌다.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만에 50조원 아래로 내려 간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주식형펀드가 외면받고 있음이다. 그 이유는 박스권에 갇힌 증시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부진한 펀드수익률이 결정적이다. 설사 펀드가 수익이 나더라도 투자자들은 만족하지 못해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국내 주식형펀드에 대한 불신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환매가 쏟아지는 것이 트렌드처럼 되어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최근 1주일 동안 1조원 이상 줄었다. 국내 혼합형펀드 감소액의 20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 8년간 코스피는 100번 넘게 2000선을 찍었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투자자들도 학습효과를 통해 1900선 전후에서 사고 2000선 위로 올라오면 팔고 있는 것이다. 모 자산운용사 대표는 "요즘 마치 펀드를 주식 단타매매하듯이 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고 개탄했다.

실제 올해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를 넘는 동안에는 2조원 넘게 유출됐다. 반면, 코스피지수 1900포인트 아래에서는 6000억원 정도의 자금이 들어왔다. 주가 흐름에 따라 돈을 넣고 빼는 전략이 단기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국민들의 가계자산 불리기에 애쓰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만들고, 전세보증금을 굴려서 1%포인트라도 불려주려는 전세자금펀드 등. 하지만 가계자산 불리기의 기본은 국내 주식형펀드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평균 0.32%. 은행예금 이자율만도 못한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을 보고 금싸라기 같은 돈을 펀드에 넣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단기수익에 급급한 우리 투자자들의 투자문화도 반성해야겠지만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도 고객돈을 내 돈처럼 불려주려는 노력이 아쉽다.
딸아이의 펀드 만기가 코앞인데 만기 후 어떤 펀드에 넣으라고 해야 할지 전문가들에게 물어봐야겠다. 미워도 다시 한번.

cha1046@fnnews.com 차석록 증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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