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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UAE 원전 운영지원 계약.. 저성장시대, 새 사업 모델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02 17:20

수정 2016.08.02 17:20

[특별기고] UAE 원전 운영지원 계약.. 저성장시대, 새 사업 모델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주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공사와 현재 건설 중인 원전 4기에 대한 운영지원 계약을 체결했다.

한수원은 UAE 바라카 원전 준공 이후 10년간 연 최대 400명, 누적 기준 3000여명의 원전 운전.운영 인력을 파견할 예정이다. 계약금액은 6억 달러로, 주택 및 교육 등 간접비 3억2천 달러도 지원된다고 한다. 1970년대 중반 모래바람 속의 중동 건설특수가 이제는 기술과 서비스 집약형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모하게 됐다.

이번 계약은 지난 2009년 우리나라가 UAE에 한국형 원전 APR1400 4기를 수출한 데 이어, 운영 인력까지 제공하는 첫 사례이다.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과 건설 기술력뿐 아니라, 원전 운영 능력에 있어 안전 관리 경험과 지식까지 인정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수원의 UAE 원전 운영지원 계약은 저성장 시대에 새로운 비즈니스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전통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가격경쟁력 위주의 수출 전략을 유지해왔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한국 기업들이 제품이 아닌 '기술과 서비스'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한다고 강조해 왔다.

프랑스의 열차 생산업체인 알스톰과 GE 항공사업부는 열차나 비행기 엔진 등 제품과 유지.보수 서비스의 융합과 패키지 판매를 통해 제품의 판매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되었고 서비스를 통해 더 큰 수익을 창출한다.

애플 역시 아이튠스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구축한 에코시스템을 통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주어 아이팟이나 아이폰 제품의 판매와 고객충성도 강화로 이어지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이처럼 신제품이나 신기술에 서비스를 융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기업에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약속한다.

지속가능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들이 충족돼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치 제안"과 '모방 불가능성'이다.

가치 제안은 제품 중심의 공급자 관점에서 벗어나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니즈를 충족시키는 솔루션을 제안해야 한다. 사실 한수원에게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자 고객 가치는 '안전'이다. 풍부한 화석연료를 보유하고 있으나 지속가능하고 경제적인 대체에너지를 원했던 UAE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더욱 엄격하고 안전한 원전 건설을 요구해 왔다.

한수원은 후쿠시마 사고 후속 대책 등을 통해 개선된 안전 설비로 신뢰를 쌓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가동률과 낮은 고장정지 건수 등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2009년 원전 수출 때 발표했던 내용에 비해 후속 계약 규모가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번이 첫 계약이고 발전소 운영 시한이 60년인 만큼 더 많은 기회가 남아있다. 바라카 원전이 한국형 원전이고 세계적 수준의 운영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다른 업체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우리의 강점이다.
다만, 연료 공급이나 폐기물 처리기술 등은 수출 상품이 될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윤여선 KAIST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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