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 걸음]

'지도 논쟁' 실마리는 구글이 쥐고 있다

한국의 정밀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에 보관해 놓고 쓸 수 있도록 해달라며 구글이 우리 정부에 신청서를 낸 뒤 몇 달째 온 나라가 '지도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 안에서도 입장이 다르고, 여론도 찬반이 갈려 공방을 벌이고 있다. 몇 달째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헛바퀴만 돌고 있는 지도 논쟁의 핵심은 뭘까.

원칙적으로 지도뿐 아니라 모든 디지털 데이터는 최대한 많은 기업과 사람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부가가치가 생긴다. 지도 데이터만 해도 수백억원을 들여 제작하고 매년 업데이트하는 데 수백억원씩 또 들이는데, 데이터가 정부의 창고 안에 모셔져 있기만 한다면 데이터를 만들 이유가 없다. 구글이라고 이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디지털 데이터 활용에는 먼저 풀어야 할 조건이 있다. 우선 데이터 활용이 국가안보에 직접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아무리 많은 부가가치가 생기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바꿀 수는 없으니 말이다.

또 데이터를 만들고 업데이트하는 데 드는 비용은 데이터를 쓰려는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공공재를 사용하면서 혜택을 보는 사람이 공공재의 비용을 부담하는 수혜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지도 논쟁에 이 원칙과 조건을 적용해 보면 문제는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도 않다. 구글이 한국의 지도 데이터를 쓰도록 해주면 된다. 클라우드 시대에 데이터를 국내에 두느냐 해외에서 쓰느냐 따지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다.

그 대신 구글은 먼저 약속해야 한다. 한국의 지도 데이터를 쓰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한 사안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모두 수용한다고. 안보위협 여부는 구글이 판단하는 게 아니다. 한국 정부와 한국민이 주체다. 또 지도 데이터 작성에 들어간 비용과 앞으로 들어갈 비용을 구글이 부담한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이런 협의가 진행되면 논쟁이 길어질 이유도 없는데 정작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한 구글은 당최 우리 정부와 협의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도데이터 반출 신청 이후 구글은 시종일관 '원칙'이라는 단어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도 데이터가 국가 안보와 관련이 없다고 우기고, 한국 법이 정한 대로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다는 말 외에 구글에서 나오는 다른 입장이 없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구글 본사 차원에서 진정 한국의 지도 데이터가 필요해서 지도 반출 신청을 한 것인지 의심도 한다. 그저 한국지사 차원에서 업무실적을 만들기 위해 지도 반출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구글이 진정 한국의 지도 데이터가 필요하다면 지금이라도 자세를 바꿔야 한다.

지도 논쟁을 풀어갈 실마리는 구글이 쥐고 있다. 구글이 할일은 자신들만의 원칙을 고집할 게 아니라 자신들이 들고 있는 실마리를 성의 있게 풀어내는 것이다.

cafe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