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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빚내서 주식투자 하지 말라'는 원칙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04 17:04

수정 2016.08.04 17:04

[차장칼럼] '빚내서 주식투자 하지 말라'는 원칙

10여년 전 처음 증권부로 발령을 받았다.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다"는 선배들의 권유에 따라 소액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때마침 주식에 밝은 초등학교 동창과 점심을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그가 일러준 '금과옥조(金科玉條)'는 "절대 남의 돈 빌려서 주식투자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그는 3년 넘게 주식을 하고 있었다. 수익률이 꽤 좋다고 했다.
그의 무기는 '인내'였다. "내 돈으로 해야 그나마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안 그러면 조금만 떨어져도 안절부절하게 된다. 결국 반등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해 손해를 보고 팔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투자철학이었다.

이 외에도 그 친구가 투식투자에 관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줬으나 딱히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없다. "기자한테 얻어먹어보자"는 강압에 못이겨 밥값을 냈던 것 말고는.

최근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7조5000억원이 넘는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1조원가량 많다.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당연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리는 돈이다. 다만 신용거래융자는 은행에서 신용으로 차입하는 것과 달리 40%를 보증금으로 잡혀야 한다. 빌린 돈의 60%만 주식 매입에 쓸 수 있는 셈이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얻은 시세차익으로 빌린 돈을 갚는다. 주가가 올라 최고 10%를 웃도는 이자를 내고도 수익을 남길 수 있다면 누군들 마다할까. 그래서 주식시장이 활황일수록 신용거래잔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질 경우 투자자들은 수익률 하락에 이자 부담까지 이중고를 겪게 된다. 특히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증권사는 강제로 주식을 처분하는 '반대매매'를 하게 된다. 사전 고지도 하지 않는다. 이 같은 반대매매 물량 출회는 증시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신용거래융자는 일주일 내외로 주식을 사고팔아 차익을 얻고, 빌린 돈을 갚는 단타매매에 주로 사용된다. 그래서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많은 종목들은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 판단이다. 이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신용거래융자를 두려워하는 투자자는 별로 없는 듯하다. '내가 산 주식은 오를 것'이라는 희망과 자기 최면 때문일게다. 우리가 알고 있는 주식시장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은데 말이다.

얼마 전 그 친구를 다시 만났다. 그새 그의 직업은 '주식투자자'로 바뀌어 있었다.
굴리는 돈은 수십배로 불었고,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단다. 변하지 않은 것은 그가 여전히 '금과옥조'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이번에는 그 친구가 밥을 샀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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