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속수무책' 보험업, 이대로는 안된다

김용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04 17:04

수정 2016.08.04 17:04

[데스크 칼럼] '속수무책' 보험업, 이대로는 안된다

알고 있지만 생각하기 싫은, 이대로라면 당할 게 뻔하지만 별 대책은 없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요즘 금융업종 내에 존재한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터지는 시한폭탄 같은 곳, 그 업종이 보험업이다.

오는 2020년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시행을 앞둔 보험업, 특히 생명보험업은 예고된 리스크에 노출된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노출된 위험은 위험이 아니다라는 말이 이 업종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IFRS4 2단계 시행 전까지 보험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넣지 않으면 시한폭탄은 터지게 돼있다. 그 돈의 규모가 보험업 전체적으로 4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올해 정부예산인 386조원의 10분의 1을 훌쩍 넘는 규모여서 예고된 일정대로라면 이 시한폭탄의 초침을 멈추게 할 뾰족한 수단은 없다.

게다가 주변상황마저 점점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잇따라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보험사들의 부담은 역으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시중금리가 계속 낮아짐에 따라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4 2단계 시행을 준비하는 보험사들은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해 더 많이 자본을 투입해야 할 형편이다. 특히 고금리 시절에 고정금리 저축형 보험상품을 많이 팔았던 보험사들의 경우 계속되는 저금리로 인해 당장 역마진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 같은 금리 역마진으로 18개 생명보험회사 중 닛산생명을 포함한 7개사가 파산하고,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1곳이 문을 닫은 바 있다.

보험업의 시한폭탄이 정해진 시간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업계의 위기대응은 놀라울 정도로 느긋하다. 당장 닥칠 위험은 아니라며 애써 회피하는 듯하다. 올해 1.4분기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조23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이 중 생명보험회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3270억원으로 3.6% 늘었다. 다른 금융권과 비교해 실적이 양호한 편이다. 이런 장밋빛 무드 속에 다가오는 거대한 위험이 묻혔다. '내 임기 중에 터질 일은 아니니까'라는 식의 무책임함도 감지된다.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지금과 같은 대응으로는 일본의 사례와 같은 대규모 보험업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5월 말을 기준으로 생명보험업의 총자산은 750조원에 달한다. 이 금액의 대다수는 보험계약자의 자산이다. 보험계약자에게는 위기의 순간을 위해 쌓아둔 비상금이자, 인생의 막바지에 기댈 수 있는 언덕이다. 보험업의 위기는 계약자의 이 자산을 위협하게 될 게 자명하다.
결국 보험계약자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라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내 늦지 않게 대응해야만 한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리가 예상치를 벗어나 급락했다는 점을 감안해 업계가 준비하고 감내할 수 있는 대안을 수립해줘야만 할 것이다.
유럽의 경우 16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보험부채시가평가의 영향을 분석한 끝에 도입했고, 미국이나 일본은 아직 도입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yongmin@fnnews.com 김용민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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