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중국 도넘은 사드 때리기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반대하는 대대적 여론몰이에 나서고 한류도 영향권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는 여론전에 불과하다. 실제로 사드 배치가 이뤄지면 경제적 보복 등 실질적인 조치들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기자와 만난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당국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의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시키는 것이며, 이를 위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지만 다음 달 항저우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아 당분간 소강 상태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실제 배치로 이어질 경우 경제적 보복 등 더 강력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결정 직후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달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리자 강력 반발하며 모든 외교·군사적 행동에 나섰다. 이에 따라 사드 문제가 남중국해 문제에 묻히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왔지만 중국 정부는 이달 들어 관영 언론들을 동원해 반사드 여론몰이에 나섰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표적 관영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1일부터 5일 연속 여론몰이의 선봉에 섰다.

인민일보는 1일 사설 격인 '종성'(鐘聲)에 "한국이 사드 배치에 동의하는 것은 미국의 앞잡이를 주도적으로 자처한 일"이라며 일국의 대표 매체로서는 부적합한 막말을 쏟아냈다. 다음 날에는 인민일보 해외판에 쑤싸오후이 중국국제문제연구원 국제전략연구소 부소장의 칼럼을 통해 "사드 배치의 후과(後果·나쁜 결과)는 매우 엄중할 것"이라며 사드 배치 시 보복을 암시하는 글을 게재했다.

3일 또다시 종성을 통해 "한국의 지도자는 신중하게 문제를 처리해 나라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1일 발표된 한국의 여론조사에서 7월 4주차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했다"며 박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반사드 여론몰이에 열을 올렸다. 이어 4일에는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중·러는 앞으로 한·미가 예측하지 못하고 감당할 수 없는 반격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박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구축해온 밀월관계가 종언을 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베이징에서 만난 기업 관계자는 "양국 정상의 관계가 국교수립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좋았기 때문에 기업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사드 결정 이후 중국 매체들의 보도 태도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불똥'이 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당장 경제보복 조치를 취하지는 않겠지만 각종 인허가 등을 차일피일 미루지 않을까 우려했다.


베이징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반사드 여론몰이가 이번 주에 정점을 찍은 뒤 다음 주부터는 한풀 꺾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한·중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한국·미국 정상이 참석하는 G20 회의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이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여론몰이를 계속하는 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다음 주부터 G20 회의가 폐막될 때까지는 여론몰이가 잦아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G20 회의에서 한·중 정상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향후 여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G20 회의에서 한·중 정상이 만날 것이라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양국이 사드 배치가 경제적 문제로 확전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국면을 타개할 방안을 찾기 위해 물밑 접촉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만난 중국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되는 여론몰이는 엄포 수준에 불과하지만 사드 배치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중국이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경제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이에 따라 중국의 반사드 정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G20 회의에서 접점을 찾는 노력과 함께 국내에서도 더 이상 중국 언론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분열 양상을 끝내야 한다는 지적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