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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절제의 힘, 미니멀리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09 17:03

수정 2016.08.09 17:03

[여의나루] 절제의 힘, 미니멀리즘

갑자기 필요한 물건을 찾아 온통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보았건만 도무지 어디에 두었는지 찾지 못했던 경험을 아마 한두번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을 어디엔가 뒀는데 생각이 나지 않아 짜증만 나고 당장 써야 할 물건이라 다시 사자니 돈도 돈이지만 물건을 정돈할 줄도 모르고 더욱이 기억력도 모자란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필자처럼 누구나 무언가를 찾기 위해 집안을 헤집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이런 것까지 가지고 있었나 싶기도 하고, 어떤 것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도 있고,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 뻔한 물건들을 보고서야 정돈할 줄 모르는, 무절제한 나를 탓하곤 한다. 물론 때때로 추억이 생각나거나 하는 물건도 있지만, 스스로 너무도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때가 많다. 온갖 잡동사니를 바라보자면 뒤늦은 후회와 함께 필요없는 물건들을 정리하는 일이 다반사다.
거의 주기적인 일이기도 하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란 게 있다. '최소한도의, 최소의' 등의 뜻인 미니멀(minimal)과 주의(ism)가 결합된 미니멀리즘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시각예술 분야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건축, 음악, 패션,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21세기 들어 너무도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구조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단순하고 간단한 형태나 구조를 선호하는 현상이 일반화돼 가고 있다고 한다.

가령 정보검색을 위해서는 각종 광고나 부가정보 등의 정보쓰레기를 피할 수 없고, 쇼핑에 있어서도 너무도 많은 가격할인과 쿠폰 이벤트 등에 둘러싸여 정작 꼭 필요한 물건을 찾으려면 불필요한 노력과 시간을 빼앗겨 좀 스트레스가 쌓이는 게 아니다. 이로 인해 검색 스트레스를 받는 소비자나 간편하고 빠른 쇼핑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미니멀리즘 쇼핑이 일반화돼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몇몇 유명인의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가령 생활 속에서 필요없는 것들을 하나하나 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음식의 절제, 마음의 순화, 그리고 삶의 목적까지 바꾸는 단순함과 절제의 미덕이 그것이다.

미니멀리즘이 예술이나 물질적인 것에서 시작해 정신적인 가치 지향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보면 흐뭇한 마음이 든다. 미니멀리즘은 오늘날 부자들의 삶의 방식에도 변화를 미치고 있다고 한다. 가령 과거의 부자들은 누구보다도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갖고자, 즉 물질적인 풍요를 위해 애써왔지만 오늘날 부자들의 삶은 많은 것들의 소유보다는 꼭 필요한 것만 갖고자 하는 심플이 핵심이라고 한다. 미니멀리즘의 그들은 말한다. '소유의 행복보다는 버리는 것에 더 많은 행복이 있다'고.

우리는 지금도 너무 많은 것들을 소유하려 애쓰지는 않는지 스스로 뒤돌아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도 언론지상에 탐욕은 그 끝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오르내린다. 그것도 보통사람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은 것을 가진 그들임에도 말이다. 또 그것을 사회적 지탄을 받으면서도 악착같이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보기에도 안타깝다.

옛말에 지족안분(知足安分)이란 말이 있다. 대략 족한 줄 알아 자기 분수에 만족하라는 뜻이지만 매사에 지나침을 삼가라는 지혜를 가지라는 경구이다. 지금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의 라이프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고의 경지인 무소유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제 너무 많은 것을 손안에 쥐려 하지 말고 손안의 그것을 조금만이라도 내려놓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면 더 큰 마음의 평정이, 절제의 행복감이 찾아올 것이라고 감히 자신한다.
이런 마음가짐이 널리 퍼져 우리 사회가 제법 정돈된 모습으로 변해 갔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정의동 전 예탁결제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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