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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수출의 새 활력소 '고급소비재'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09 17:03

수정 2016.08.09 17:03

[특별기고] 수출의 새 활력소 '고급소비재'

얼마 전 50여명의 초보 수출기업 대표들과 함께 중국 최대 종합전시회인 광저우 캔톤페어에 다녀왔다. 광저우는 중국에서 산업화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도시다. 캔톤페어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57년이다. 홍콩이 세계적인 무역도시로 중국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광저우, 둥관, 선전과 같은 중국 최대 생산기지가 배후에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회에 가서 먼저 놀란 것은 118만㎡, 6만 부스에 달하는 전시규모다. 코엑스 전시면적의 30배가 넘는다.
참가업체는 2만5000개사, 해외바이어는 20만명에 달한다. 중국에서 만든 다양한 제품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까지 우수하다. 그러니 전 세계 바이어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제 무슨 제품을 만들어서 팔아야 하나 하는 걱정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 제품에 대한 중국 바이어들의 높은 관심이었다. 특히 이전에 비해 뷰티용품, 패션의류와 같은 소비재 관련 부스에 그들의 발걸음이 오래 머물러 있었다. 밥솥, 정수기, 공기청정기 같은 가전제품도 여전히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는 독일, 일본, 중국과 같이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제품을 만들고 수출해 왔다. 우리 정부와 국민들도 수출액, 수출 증가율 등 양적 지표에 일희일비했다. 이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출액보다 부가가치 창출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지난 주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화장품, 의약품, 농식품 등의 프리미엄 소비재 육성을 포함한 신규 유망수출품목 창출방안을 논의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고급 소비재 수출은 매년 두자릿수 증가했지만,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가능성이 큰 셈이다. 그리고 우리 바로 옆에는 중국이라는 거대 소비시장이 있다. 우리가 앞으로 소비재 분야를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적극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류는 스토리를 입혀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인다. 최근 삼계탕을 중국으로 수출했다. 중국 사람들이 삼계탕을 좋아하게 된 것은 드라마 대장금 때문이다. 한류 방송 콘텐츠가 제품 수출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한류와 접목된 소비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상품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 지원과 방송 콘텐츠를 활용한 간접광고에 대한 국내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세계인들로부터 명품으로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서구 유럽의 명품 브랜드는 100년 이상의 역사와 수대(數代)에 걸친 장인정신의 산물이다.

최근 스웨덴의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 박사는 전문가가 되는 데 필요한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 '얼마나 오래'가 아닌 '얼마나 올바른 방법'이 더욱 중요함을 강조했다. 우리의 소비재는 선진국에 비해 역사가 매우 짧고 국내 수요층이 두껍지 않은 한계가 있다.
기업 스스로 혁신하고 끊임없이 도전하여 먼저 품질과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매혹시키고 장시간에 걸친 신중한 계획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전 세계인에게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고급 소비재 수출 확대라는 훈풍으로 얼어붙은 우리 수출이 다시 한 번 경제 활력 회복에 희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출 한국무역협회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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