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 걸음]

'정부 3.0' 앱에 대한 이유 있는 구설

정부가 오랜만에 똘똘한 물건(?)을 내놨다. '정부 3.0 알리미'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국민이 나이나 성별, 거주지역 같은 정보를 입력하면 개인 맞춤형으로 여러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한번에 알려주는 앱이다. 6만여가지나 되는 정부 혜택 중 미처 몰라서 챙겨 받지 못하던 국민들이 정부의 복지혜택을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바로 찾아볼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서비스인가.

바쁜 요즘 사람들이 일일이 세금고지서를 챙기지 못해 세금 납기일을 넘기는 일도 막아준다고 한다. 노인들은 만 65세가 되는 다음 날 주민센터 직원이 노인을 찾아가 교통카드를 갖다주기도 한다. 이런 서비스들을 앱 하나에 모아놓은 것이 '정부 3.0 알리미'이니 참 요긴하게 쓸 물건이다.

그런데 이 앱이 나오기도 전 구설에 휩싸였다. 새로 출시될 스마트폰에 이 앱이 미리 설치돼 나온다는 루머가 퍼진 것이다. 루머에 민감하게 반응한 인터넷 여론은 "정부가 무슨 권리로 내 스마트폰에 앱을 미리 깔아놓느냐"며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알고 보니 사실은 앱이 미리 설치되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설치 의향을 묻는 안내문구가 미리 설치되는 방식이다.

여기서부터 사달이 났다. 알고 보면 요모조모 쓸모 많은 '정부 3.0 알리미' 앱이 구설에 휩싸이면서 정작 앱의 쓸모와 편리함은 가려진 채 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스마트폰까지 통제하려 한다는 반감만 키운 것이다.

어디서 문제가 생겼을까. 공무원들 일하는 방식이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국민을 위해 정말 좋은 물건을 하나 만들었는데, 정작 국민에게 일일이 알리기가 쉽지 않다. 5000만 국민에게 일일이 '정부 3.0 알리미' 앱의 편리함을 알리자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국민이 혜택을 받는 시기도 늦어질 생각을 하니 갑갑했을 것이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지름길을 선택했다. 스마트폰 제조사에 연락해 지름길을 찾은 것이다. '정부 3.0 알리미' 앱을 새로 출시할 스마트폰에 미리 탑재해 내놓자고.

전화 두 통이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묘수를 찾은 것이다. 더구나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이로운 앱이니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 판단이 화근이다. 순서가 틀렸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집 주인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남의 집 안방 한가운데 던져두고 나오면 안 되는 일 아닌가.

우선 정부3.0의 좋은 서비스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시간과 노력이 더 들더라도 그것이 일의 시작이고 원칙이다.

쉽고 빠른 방식을 선택한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과 욕심 때문에 '정부3.0 알리미'의 요긴함이 잊혀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일하는 방식과 순서를 점검했으면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