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헬조선' 넋두리를 벗어던져라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1 17:32

수정 2016.08.21 17:32

[데스크 칼럼] '헬조선' 넋두리를 벗어던져라

'헬 조선'. 언제부턴가 부르기도 민망한 이 단어가 우리나라에서 유행어처럼 급속히 퍼지고 있다.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우리나라를 뜻하는 '조선'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한국의 현실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자조섞인 넋두리다. '2030 젊은이'들은 물론 일부 언론에서까지 신조어처럼 쓰고 있다.

피 말리는 입시전쟁과 취업전선에서 살아남아도 빡빡하기만 한 직장생활, 멀기만 한 내집마련 등 현실은 분명 젊은이들에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리 젊은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헬 조선'이란 단어에 기댄 채 모든 책임을 국가에 돌리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 묻고 싶다.

2030 세대들이 '헬 조선'이라 부르는 우리나라가 정말 그들의 생각처럼 지옥일까. 미국 하버드대 박사 출신으로 한국 사정에 정통한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자신의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자신들의 장점을 부각시킬 경우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 등장할 또 다른 1등 국가는 바로 한국이다. 지금 세계는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사람들만 정작 한국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국민이 유럽 등 선진국을 마치 유토피아처럼 잘못 생각하고 있고 한국인들이 선진국으로 생각하는 나라들도 한국보다 대단한 높이에 있지 않다"고 단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에서 불과 50여년 만에 세계 10위의 무역대국 반열에 올랐다. 전 세계는 이를 '기적'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의 개발도상국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모델을 부러워하며 앞다퉈 우리나라 경제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문화분야로 눈을 돌려보자.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K-팝, K-드라마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전통 문화는 이미 일류상품으로 등장한지 오래다. 우리가 그토록 '헬 조선'으로 비하하는 우리나라가 이미 세계 각국이 부러워하는 나라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하듯 갈수록 커지는 소득불균형으로 인한 빈부격차나 행정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복지사각지대 등 아직도 빈틈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영국 등 수백년에 걸쳐 세계 일류국가로 성장해 온 선진국들도 빈부 격차나 복지확대는 늘 해결해야 할 문제로 골치 아픈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오히려 자신의 조국인 미국이 더 심각하지만 미국 사람 어느 누구도 자신들의 조국을 '헬 아메리카'라고 비난하며 국가를 탓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5000년 우리 역사에서 국력이 가장 강대한 시기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는 "(우리도) 잘살아보세"라는 가슴 아픈 울림 한마디에 의지한 채 맨주먹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일궈낸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제 식민통치와 6·25전쟁의 폐허에서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불굴의 의지 하나만으로 일군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젊은이들이여 아무리 현실이 고단하고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딛고 일어나 뛰어라. 그대들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고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을 일군 할아버지의 손자, 아버지들의 아들이 아닌가.

kwkim@fnnews.com 김관웅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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