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차장칼럼] 삼성전자는 '미운 백조'?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3 16:54

수정 2016.08.23 16:54

[차장칼럼] 삼성전자는 '미운 백조'?

삼성전자를 놓고 증권가에서 최근 회자되는 말이 있다. 삼성전자가 '미운 백조'가 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가가 박스권 행보를 보이며 코스피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아 '미운 오리'로 불렸다. 신고가를 경신하는 지금은 나 홀로 상승을 넘어 다른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을 확보하지 못한 기관투자가들이 다른 종목을 팔고 삼성전자를 바구니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담고 있지 않으면 펀드 수익률은 시장 평균을 밑돌 수밖에 없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독주는 투자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애널리스트는 "국내 수급환경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만의 강세는 많은 이들에게 불행"이라며 "삼성전자의 상대적 강세는 꺾이더라도 상승세는 유지하는 '절대 주가가 오르는 상황'이 오면 모두 행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삼성그룹은 '미운 백조'가 된 지 좀 오래됐다.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기업들의 실적도 유지하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삼성의 최근 호실적은 부러움을 넘어 시기의 대상이 돼버렸다.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삼성은 '미운 백조'다. 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삼성을 옥죄는 다양한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의결권 제한, 자사주의 분할 신주 배정을 금지하고 배정 시 법인세(22%) 부과, 자사주를 아무에게나 처분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법안 등 삼성을 겨냥한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한편에선 삼성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삼성을 압박하는 것은 물론 양해각서(MOU)를 정식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처럼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자동차 전장사업 유치를 위해 더민주 광주시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이를 공약으로 내걸고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전기차업체인 중국 BYD에 5000억원 지분투자를 단행하는 등 전장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자 광주시는 물론 더민주 광주시당도 삼성전자 전장사업장 유치활동에 다시 나서기로 했다.

삼성의 투자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낙수 효과(Trickle-down effect)를 기대하는 쪽과 삼성의 희생을 통해 분수효과(fountain-effect)를 노리는 쪽이 동시에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딱 미운 백조 신세다. 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고운 백조건, 미운 백조건 물밑에선 죽을힘을 다해 물갈퀴질을 해야 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삼성은 '갤럭시S6'의 흥행부진,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영권 공격,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으로 '삼성 전성시대'가 저물어 간다는 말까지 나왔다.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한 삼성 구성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없다면 미운 백조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우아한 물위 모습뿐만 아니라 물밑의 끝없는 노력도 알아준다면 삼성도 미운 백조로 불려도 좀 덜 억울해할 것 같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산업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