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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 "파생상품 지나친 규제가 투자자 몰아냈다"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4 17:49

수정 2016.08.2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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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거래 늘고 리스크 큰 해외로 이탈
족쇄 풀어 활성화해야 박스피도 탈출
국내외 전문가 "혁신상품 늘어야" 지적도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4회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에서 돈 챈스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규제 일변도인 한국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챈스 교수는 "투자개념으로 파생상품에 접근해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챈스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4회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에서 돈 챈스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규제 일변도인 한국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챈스 교수는 "투자개념으로 파생상품에 접근해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챈스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일반투자자와 전문투자자 구분 없는 과도한 규제로 비제도권 불법거래가 늘고 투자자들은 해외 파생상품시장으로 떠났다." "파생상품시장이 활성화돼야 '박스피'라는 오명을 벗고 코스피지수 3000 돌파 등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다."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4회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파생상품시장 혁신, 그리고 부활)에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대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 수준에 맞는 규제완화와 제도개선으로 파생상품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현물시장도 개선될 수 있다는 주문을 쏟아냈다. 또 유럽이나 미국 파생상품시장처럼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과도한 규제로 불법, 해외시장으로 이탈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2000년대 초 우리 파생상품시장은 선두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을 정도로 뜨거웠으나 지금은 세계 10위권 밖으로 추락해 열기는커녕 온기조차 잃은 지 오래"라며 과도한 규제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파생상품시장 활성화로 현물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줄 해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박스피의 오명을 넘어 코스피지수 3000을 돌파하고 글로벌 금융 중심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생상품시장 규제로 불법시장이나 리스크가 큰 해외시장으로 이탈하는 것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고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시장이 맥을 못 추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의 해외 지수파생상품거래는 2011년 대비 무려 20배 넘게 증가했다. 한국의 수수료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데도 규제를 피해 수수료가 2~3배 높은 해외 파생상품시장으로 떠난 것이다. 최근 2~3년간 도박하듯 거래하는 불법 선물사이트 5만계좌가 적발됐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기초자산 다양성이 부족해 혁신적인 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요국의 파생상품 수는 미국이 1441개, 유럽이 586개인 데 비해 한국은 불과 31개에 그쳤다.

■기초자산 다양성 부족

파생상품으로 주목받는 유럽에서는 배당 등 다양한 상품을 상장시켜 시장을 활성화하고 있다.

마이클 피터스 유렉스 프랑크푸르트 부대표는 "배당 파생상품시장이 상당히 컸지만 2008년까지는 장외시장에서 거래됐었다"며 "표준화 등을 통해 장내시장으로 전환, 현재는 배당상품의 50%가 거래소에서 거래된다"고 말했다. 유렉스는 연내 미국 파생상품 자산도 복제할 계획이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파생상품시장이 회복되고 있지만 한국은 철저히 소외된 상태다. 세계 선물거래량은 지난해 전년 대비 13.2% 증가했다. 아시아는 32.8%가 증가할 정도로 고속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주요 기초자산인 코스피200 선물옵션 거래가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다롄, 정저우, 상하이 선물거래소가 한국을 추월했다.

부작용이 커지면서 금융투자업계와 정부는 머리를 맞대고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 및 주가연계증권(ELS)시장 건전화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선물.옵션 기본예탁금제도 및 주식워런트증권(ELW) 규제완화, 시장 자율규제 등이 도입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편 장외파생상품인 ELS의 경우 홍콩H지수 쏠림이나 불완전판매에 대한 제한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홍콩H지수가 기초자산인 ELS 발행이 46조원에 달했는데 H지수가 반토막 나면서 손실위험이 컸다"며 "상품 개발이나 판매 등에서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은행에 예금하려는 고객에게 위험성이 있는 상품을 권유하다 손실이 나면 그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은행 등의 ELS 판매 규제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임광복 차장(팀장) 강재웅 차장 김영권 김현희 박소현(이상 증권부) 이세경 박세인(이상 금융부) 안태호(산업부) 김규태(사회부) 기자 박범준 서동일 김범석 차장(이상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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