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이인원 부회장, 왜 죽음으로 롯데 방어했나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6 13:12

수정 2016.08.26 13:56

롯데그룹 이인원 부회장이 26일 자살과 함께 유서를 통해 "그룹의 비자금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검찰 소환 조사 과정에서 밝혀지 않고 죽음으로 결백을 호소해 검찰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사상 유래 없는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대해 마지막 방어를 위해, 그룹의 2인자인 이 부회장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재계의 분석이다.

또한 이 부회장은 유서를 통해 자신의 안위보다는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임직원, 가족들의 걱정을 먼저 하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검찰은 지난 5월부터 오너 일가의 자택부터 롯데그룹 전계열사에 대한 수차례 전방위 압수수색을 통해 비자금 통로를 추적해왔지만, 확실한 근거를 잡지 못했다. 연이은 롯데 계열사 사장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어왔다.
검찰 수사의 최종 종착지는 그룹의 핵심 3인방인 이인원 부회장, 황각규 사장, 소진세 총괄사장의 소환조사로 이어졌다.

이 부회장도 이날 오전중에 검찰 소환이 예정돼 있었다. 또한 황 사장은 이미 지난 25일 검찰에 소환돼 밤샘 조사를 받았다.

3개월 가까이 이어져온 검찰의 수사가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그룹 오너인 신동빈 회장 쪽으로 검찰의 칼끝이 계속 다가서면서 그룹 2인자인 이 부회장의 책임감이 더욱 무거워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유서에서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신 회장의 최측근 역할을 했다. 일각에선 일본어에 능통한 이 부회장이 일본 사무라이식 자결을 택했다는 평가도 하고 있다.

롯데그룹에서 퇴직한 한 전직 사장은 "이 부회장은 최근에 신동빈 회장의 사람이 됐지만, 이 부회장이 청년시절에 경영 일선으로 발탁한 사람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이사장이었다"면서 "자신을 발탁했던 신 이사장이 최근 면세점 납품 비리로 구속 수감된 것을 보고 충격이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의 지나친 결백주의와 내성적인 성격도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 부회장은 집근처 서울 이촌동 충신교회에 다니면서 종교생활을 해왔다. 장로에서 은퇴했지만 평소 교회 안팎에서 존경을 받아왔다. 하지만 검찰의 롯데 수사가 장기화 되고 언론의 '반(反)롯데' 보도가 연일 도배를 하면서 자괴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 3인방중에서 가장 내성적인 성격으로 평소 개인적인 고민을 잘 털어놓지 않는 성격으로 혼자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부인이 수년간 중병에 시달려 고생을 해왔지만, 이같은 사실을 그룹의 임직원들도 잘 몰랐을 정도였다. 그는 유서에서 가족들에게는 "그동안 앓고 있던 지병을 간병하느라 고생 많았다. 힘들었을 텐데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신 회장의 신임도 두터워, 그룹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못했다. 올해 69세인 이 부회장은 고령과 피로감이 겹쳐 퇴직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최근 검찰 수사 이후에도 책임감으로 인해 계속 그룹에 남아 있었다고 지인은 언급했다.

26일 자살로 생을 마감한 롯데그룹 이인원 부회장 /사진=fnDB
26일 자살로 생을 마감한 롯데그룹 이인원 부회장 /사진=fnDB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근무해왔던 서울 을지로 롯데그룹 사옥 1층에 26일 기자들이 몰려와 롯데그룹 분위기를 취재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근무해왔던 서울 을지로 롯데그룹 사옥 1층에 26일 기자들이 몰려와 롯데그룹 분위기를 취재하고 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