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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어글리 아메리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6 17:40

수정 2016.08.26 17:40

[월드리포트] 어글리 아메리칸

'어글리 아메리칸(Ugly American)'이라는 말이 있다. 1958년 출간된 한 소설책의 제목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어글리 아메리칸'은 외국 방문 때 현지 문화를 무시한 채 오만방자하게 영어로 떠들며 거만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미국인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전 세계의 축제인 올림픽 경기가 지난 주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수영에서만 무려 33개의 메달을 획득한 미국은 금메달 46개를 비롯, 총 121개의 메달을 목에 걸며 종합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상당수 미 국민들에게 이번 올림픽은 라이언 록티와 호프 솔로라는 '어글리 아메리칸' 2명의 말과 행동으로 씁쓸함을 남겼다.

미 여자축구대표팀 골키퍼인 솔로는 올림픽 전부터 브라질의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해 모기장과 방충제로 중무장한 자신의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솔로는 이어 스웨덴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로 패한 뒤 스웨덴의 수비 위주 경기방식에 분을 터뜨리며 상대팀 선수들을 '겁쟁이 무리들'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스웨덴 여자축구팀을 이끈 피아 순드하예 감독은 공교롭게도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미국 여자축구팀을 이끌며 올림픽 2연속 금메달을 안겨준 바 있다. 패배에 대한 분노로 올림픽 정신은 물론, 옛 스승에 대한 예의와 상대 측에 대한 존중을 바닥에 내다버린 솔로의 망언은 '어글리 아메리칸'의 표본으로 충분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아직까지 자신이 한 말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듯 솔로는 반성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리우올림픽에서 '어글리 아메리칸'의 진수를 보여준 또 다른 인물은 수영 금메달리스트인 라이언 록티다. 리우에서 계영 800m 금메달을 딴 록티는 미국팀 동료 3명과 함께 파티에 참석한 뒤 선수촌으로 돌아오던 중 "경찰 유니폼을 입은 무장괴한들로부터 강도를 당했다"는 주장으로 헤드라인에 올랐다.

그러나 치안이 불안한 나라라는 이미지에 극도로 민감했던 브라질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로 록티의 주장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수사 결과, 록티는 강도를 당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주유소 화장실 기물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린 사실이 밝혀졌다. 록티는 사건 발생 며칠 뒤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주유소의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나자 NBC와의 두 번째 인터뷰에서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오만함을 보여줬다.

솔로와 록티의 행동은 '나는 세계 최강대국의 미국인이다. 따라서 나는 떳떳하며 남을 모독할 자격이 있다'는 '어글리 아메리칸'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물론 두 선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솔로는 미 축구협회로부터 6개월 미 대표팀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잘생긴 외모 덕택으로 상당한 광고수입을 올리던 록티는 자신의 광고스폰서인 스피도, 랄프로렌 등으로부터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록티는 아울러 AP통신으로부터 이번 올림픽의 '최악의 선수'로 선정되는 굴욕도 겪었다.

'어글리 아메리칸'의 공통분모는 자만에 가까운 자신감을 늘 표출하면서 '우리는 우수한 국민'이라는 우월의식이 거만한 행동에 배어 나타난다는 점이다.

리우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기대만큼의 결과를 올리지 못했다.
특히 일부 인기종목에서 선수들이 기대에 부응할 만한 결과를 올리지 못하자 특정 선수들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물론 경기 결과는 안타깝고 때로는 화도 났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을 잘 대표하면서 알리고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경기 실력은 최고가 아니었더라도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꼬리표는 붙지 않았지 않은가.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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