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여의도에서] 보험사 총자산 1000조, 축배는 이르다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6 17:40

수정 2016.08.26 20:49

[여의도에서] 보험사 총자산 1000조, 축배는 이르다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국내 보험사들의 총자산이 100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보험사 총자산이 1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순수 국내자본 보험사인 조선화재(현재 메리츠화재)가 1922년 세워진 후 94년 만의 일이다. 조선화재 설립 후 보험사 총자산이 1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1997년이다. 순수 국내자본 보험사가 설립된 후 52년이 걸렸다. 하지만 보험사 총자산이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보험사의 자산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총자산 1000조원 시대를 맞았다.

총자산 1000조원 시대에 들뜰 만도 하지만 국내 보험산업에 대한 해외의 평가는 인색하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맥킨지가 내놓은 평가가 대표적이다. 맥킨지 서울사무소는 올해 2월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생명보험업계를 비롯한 국내 보험업계가 지난 1990년 이래 자기자본 비용을 웃도는 이익을 내지 못해 '가치창출에 실패한 산업'이 됐다고 지적했다.

맥킨지의 지적대로 국내 보험산업이 '가치창출에 실패한 산업'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있다. 보험산업의 미래가 밝지는 않다는 점이다. 국내 보험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데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채 등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보험사들은 초저금리 환경에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4% 밑으로 떨어졌다. 손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도 생보사들보다 높지 않다. 보험료 적립금에 해당하는 보험부채 적립이율이 4%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사들의 운용자산 이익률이 3%대 후반에 그친다는 것은 그만큼 역마진이 심해짐을 뜻한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 문제다.

IFRS4 2단계의 핵심은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을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다. 오는 2020년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과거 고금리형 장기 보험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는 물론 나머지 보험사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과거 확정형 고금리 장기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들은 충격이 불가피하다. 자본금이 부족하거나 추가로 확충하지 못하는 경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2단계 기준서를 현 상황에 단순 적용할 경우 보험업권의 총자본금이 수십조원 급감할 것이란 어두운 추정 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차역마진 등 장래 예상되는 결손을 즉시 회계상 손실로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업 건전성 감독기준인 지급여력비율(RBC)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사가 속출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런 큰 충격이 예상되기 때문에 당국과 업계 모두 제 나름대로 IFRS4 2단계 도입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IFRS4 2단계 도입 문제를 두고 여전히 당국과 업계 간 간극이 크다. 도입 준비도 빠르다고 할 수 없다. IFRS4 2단계 도입은 더 이상 먼 얘기가 아니다. 총자산 1000조원을 돌파한 대한민국 보험업계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다. 네탓 남탓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당국과 업계가 더 긴밀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금융부 차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