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높아진 美 금리인상 가능성.. 고민 깊어진 한은

박세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7 10:55

수정 2016.08.27 10:55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경제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은 26일(이하 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 경제정책회의에 참석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옐런 의장은 "견고한 고용시장과 미국 경제전망 개선 등의 측면에서도 볼 때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최근 몇 달간 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금리 인상 시점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자본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추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금융시장 불안, 외국인 자본유출 우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미 통화정책 불확실성 재부각 가능성'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12월이 유력하지만 9월로 앞당겨질 경우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이 확산했을 때도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작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 채권, 주식 등 증권시장에서 9개월 연속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면서 이 기간에 이탈한 외국인 자금은 266억 달러(약 30조원)나 됐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코스피에서 24∼26일 외국인은 순매도 행진을 펼쳤고 주가는 내림세를 보였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기업,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을 확산시켜 실물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이 타격을 받으면 우리 기업들의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짙어질 개연성이 있다. 하반기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이 우려되고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가 더 어려운 국면을 맞을 수 있는 셈이다.

■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 어려워져
옐런 의장이 금리 인상에 과거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한은의 고민도 커졌다. 현재 부진한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어렵고 현실적으로 인하와 동결이라는 두 개의 선택지만 남아있다.

일단 한은이 기준금리를 먼저 내리기 어려워졌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전격적으로 인하했을 때와 다른 상황이다. 당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판단에는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 등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공산이 커진 만큼 한은이 먼저 움직이기 쉽지 않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내외금리 차 축소로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가 기준금리 인하의 걸림돌이다. 사상 최저인 연 1.25%까지 떨어진 기준금리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과 함께 가계부채를 늘려온 '주범'으로 꼽힌다. 한은의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257조3000억원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54조2000억원 급증했다.

한은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상황도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 대응과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11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했으며 추경안은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한은은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연준 통화정책 등 국내외 경제 여건을 관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올해 안에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경우 한은이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다시 커질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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