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감기 아니에요' 환절기 뇌수막염 주의보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30 17:09

수정 2016.08.30 17:09

5년새 환자 26.5% 증가..발열, 두통 지속땐 의심
전염성 강해 위험..백신없어 위생관리로 예방이 최선
#. 3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지난주 고열과 함께 심한 투통으로 동네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에서는 감기약을 지어주며 두통이 가라앉지 않으면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그런데 김씨는 감기려니하며 대수롭지않게 생각하고 지어준 약을 먹고 큰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그런데 두통과 발열증세는 가라앉지 않았고 다음날 집에서 구토를 하면서 실신을 해 결국 응급실로 실려갔다. 그는 병원에서 '뇌수막염' 진단을 받고 닷새째 입원 치료중이다.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뇌수막에 염증이 생기며 고열과 심한 두통을 동반하는 뇌수막염 환자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뇌수막염의 증상이 고열과 두통으로 감기와 비슷해 진단이 어렵고 독감과 같은 백신도 없는 만큼 조기진단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수막염은 어린이에게 집중되지만 최근들어서는 성인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뇌수막염 환자는 2010년 1만9611명에서 지난해에는 2만4820명으로 5년새 26.5% 늘었다. 지난해 기준 뇌수막염 환자 중 10세 미만이 1만4312명으로 57.6%를 차지한다. 그러나 20대(1634명)와 30대(2242명)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뇌수막염 전염성 강해 조기진단 필요

뇌수막염은 세균성, 바이러스성, 결핵성 등 세 가지 유형이다. 모두 전염성이 강하다는 게 특징이다.

이 중 전염성이 특히 강한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이 전체 환자의 80%를 차지한다.콕사키, 에코바이러스 등의 장(腸) 바이러스가 주요 원인이다. 이 바이러스들은 주로 4월 중순 이후 손발과 입주위에 물집 등이 생기는 수족구(手足口)병 등을 일으키다가 기온이 상승하는 5~6월 이후부터 가을까지 뇌수막염으로 발전하면서 급속히 확산된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전염력이 매우 강해 1~2일 전부터 증상이 나타나 10일 후까지 전염력이 지속된다. 처음에는 감기처럼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다가 심해지면 구토를 하거나 목이 뻣뻣해지고 극심한 두통과 전신 발열로 이어져 의식이 혼미해지며 헛소리를 하거나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주로 감염된 사람의 대변이나 침 등의 분비물을 통해서 옮긴다. 대변을 가리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공동 생활을 하는 놀이방이나 유아원에서는 순식간에 모든 어린이에게 전염되기도 한다.

■예방백신 없어 개인 위생에 신경써야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의 치료는 해열제로 열을 내리고 영양 주사로 영양을 보충해주는 등 대증적 치료만으로 1주일 내에 환자의 80~90%가 호전된다. 계속 열이 지속될 때는 해열제를 먹인다. 열이 지속되면 탈수가 올 수 있으므로 보리차나 이온음료 등으로 탈수를 예방해준다. 단 뇌압이 올라갈 땐 뇌부종이 생기지 않도록 뇌압을 떨어뜨리는 치료를 해야 하므로 입원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예방 백신이 없다. 따라서 개인 위생과 주위 환경에 신경을 써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의 대부분을 이루는 장 바이러스는 주로 대변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용변 후엔 반드시 손을 씻는다. 뇌수막염이 유행할 땐 가급적 바깥 나들이를 삼가고 외출을 하더라도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는 게 좋다.


세브란스병원 김동수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뇌수막염은 일반적으로 한 번 앓고 나면 면역력이 생겨 재발하지 않지만 뇌수막염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여러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한다"면서 "따라서 개인 위생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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