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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한·미 FTA에 대한 트럼프의 오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30 17:45

수정 2016.08.30 17:45

[여의나루] 한·미 FTA에 대한 트럼프의 오해

지난 8월 초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미 중서부 제조업 지역) 유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 노동자에게 피해를 준 깨진 약속(Broken promise)이라고 언급했다. 한.미 FTA가 힐러리 클린턴의 국무장관 재임시절 발효된 것임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이겠으나 당사국인 우리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미 FTA는 2006년 6월 협상을 시작으로 2007년 4월 정부 간 타결되어 양국 의회 비준을 거쳐 2012년 3월 15일 발효됐다. 상품, 농산물, 무역구제, 서비스.투자, 지식재산권, 경쟁, 노동, 환경 등 무역과 관련된 19개 분야에서 양국 간 이익균형이 이뤄졌다는 양국의 판단 아래 협상이 종결되었다.

공산품, 임.수산물 등 상품 분야는 수입액 기준 94%에 해당하는 품목관세를 3년 내에 철폐하기로 하고 농산물 분야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측의 민감성을 반영했다. 미국의 관심분야인 사업서비스(법률.회계.세무 등), 투자, 지식재산권, 정부조달 등의 분야에서는 한국이 단계적인 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제도 선진화의 계기로 받아들였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한.미 FTA를 손보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2011~2015년 사이 142억달러의 대한국 무역수지적자 확대는 자동차·금속광물·농수산식품 등 대부분 한.미 FTA 비(非)수혜품목의 대미수출 증가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 수혜품목의 경우 2011년 182억달러에서 2015년에 236억달러로 54억달러 흑자를 냈지만, 비수혜품목에서는 385억달러에서 483억달러로 98억달러 흑자를 보였다. 그동안 2.5%를 유지해오던 자동차의 경우는 관세율이 올해 철폐되었다.

반면에 미국은 수혜품목인 자동차·농수산물·의약품에서 약진하고 있다. 서비스 분야는 2011년 69억달러에서 2012년 75억달러, 2013년 103억달러, 2014년 95억달러, 2015년에 94억달러로 큰 흑자를 냈다. 따라서 미국의 대한 무역수지적자는 FTA로 인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경기회복과 한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경기변동적인 무역불균형 현상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일자리 감소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가 늘어났다. 2009~2011년 연간 평균투자금액 48억달러에서 2012∼2014년 56억달러로 증가했으며 이로 인한 미국 내 일자리가 3만7000개 창출되었다.

한.미 FTA 협상 시 미국 수석대표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소장은 한·미 양국에 큰 혜택을 주는 FTA를 재협상한다는 것은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어도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외교전문가들은 한.미 FTA는 단순한 경제협정이 아니라 동북아 구조 등 미국의 대 아시아 외교정책에 민감하게 맞물린 중요 사안으로 무효화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설사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 한.미 FTA 폐지를 추진하려 한다 해도 실제로 권한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미국은 헌법상 FTA 같은 관세 관련 협정체결에 관한 권한을 대통령이 아닌 의회가 갖고 있다.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관련 권한을 위임받아 실무협상에 나서고 협상을 마무리 지으면 의회 비준을 거쳐 정식으로 FTA가 체결되는 것이다.


선거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 1년 전 트럼프가 후보경선을 선언할 때만 해도 누구도 그가 대선후보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유비무환의 자세로 대미통상 외교를 강화해 한.미 FTA로 국익에 손상이 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윤대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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