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인비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골프 대중화를 위한 과제

이동준
박인비(28·KB금융그룹)이 116년 만에 올림픽에 재등장한 골프 여자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다시 한 번 한국여자골프가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다. 골프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느 누구보다 반갑고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박인비는 이번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면서 많은 우려를 사기도 했다. 시즌 초부터 손가락 부상으로 부진을 거듭하며 세계 여자골퍼 랭킹에서도 추락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물론 랭킹만큼은 여전히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4위를 유지했지만, 하락세에 있는 만큼 다른 선수에게 국가대표 자격을 양보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여론도 상당했다. 그런 여론을 주도한 사람들은 국가를 대표해 출전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판단을 바란다고 엄포 아닌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 출전을 강행한 박인비의 마음이 어땠을 지는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모든 우려를 덮어버리고 정상에 올라 “역시 박인비”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가장 극적인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박인비는 이번 올림픽 우승으로 전인미답의 기록을 수립했다. 이른바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다. 이미 여자골프 투어에서 모든 메이저 대회를 휩쓸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던 그녀가 올림픽 금메달마저 차지하는 바람에 새롭게 탄생한 용어다.

전 세계 남녀 골프를 통틀어 최초의 위업이다. 어쩌면 앞으로 다시는 탄생할 수 없는 대기록으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기록은 골프가 116년 만에 다시 올림픽에 등장함으로써 달성할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집념이 한국인들의 국민성을 대변하는 것 같아 자긍심마저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녀의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으로 한국골프의 위상은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다. 대중화에도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사실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에 골프가 다시 등장한 것만으로도 골프가 세계적인 대중 스포츠라는 점은 입증됐다.

골프가 올림픽에 처음 나온 1900년 당시는 골프를 즐기는 나라가 거의 없었다. 다른 일부 종목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 다음 대회부터 골프가 제외된 것만 보더라도 골프의 대중화에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결국 골프가 올림픽에 재등장하기까지 116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이처럼 골프가 다시 올림픽 정식종목이 됐다는 것은 그 기간 골프가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즐기는 대중 스포츠로 인정받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번 리우올림픽 기간 중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은 종목도 골프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골프에 대한 인식은 많이 변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골프를 국위선양이 가능한 스포츠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박세리 선수가 미국여자골프 투어에 진출하던 1998년부터일 것이다. 물론 그 당시에도 골프는 대중들과는 거리가 먼 운동이었다.

하지만 박세리 이후 수많은 선수들이 세계무대로 진출했다. 이른바 ‘세리 키즈’로 불리는 그들로 인해 이제 골프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골프는 많은 국민들이 즐기거나, 즐기고 싶어 하는 대중스포츠로 발전했다. 각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하고 싶은 운동 중 하나로 골프를 꼽고 있다. 더욱 대중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국내에서는 골프가 귀족스포츠로 인식돼 각종 세금이 부과되고, 그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는 스포츠로 남아있다. 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제도가 이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골프 관련 규정은 국민소득이 800달러에 불과했던 1970년대에 마련된 규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골프를 사치업종에 사행성 도박종목으로 규정해 중과세를 부과함으로써 골퍼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골프를 사치성이 아닌 건전한 대중 스포츠로 규정해 일반 세율을 적용했으면 한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이 떳떳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값싸게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해야 문제가 되고 있는 원정 골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며, 국내 골프의 경쟁력도 향상될 것이다.

우리는 80~90년대 폭발적인 자동차 증가를 예측하지 못하는 바람에 도로 확충을 소홀히 하므로써 전국의 주요 도로마다 교통체증이 일상화됐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대중화의 기반은 갖추어 졌는데,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커다란 불만이 폭발할 것이다. 이제라도 모든 사람들이 쉽게 오갈 수 있는 큰 길을 닦아놓기를 바란다.

-글쓴이 이동준은 GA 골프상생연구소 이사장, GA 코리아 리조트 총괄회장, 한국골프장경영협회 미래전략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