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싱가포르서 한진해운 선박 가압류..中 등 곳곳서 입항거부도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31 17:33

수정 2016.08.31 22:21

국내 해운산업 치명타
현대상선 선박 인수 검토.. 삼성 등 수출선 확보 비상
해외선사 반사이익 얻어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싱가포르서 한진해운 선박 가압류..中 등 곳곳서 입항거부도
한진해운의 채권단 자율협약 종료 후폭풍이 거세다. 한진해운의 청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회사가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선박에 대한 가압류와 항만 입항거부가 현실화되고 있다. 또한 한진해운의 운송네트워크가 마비될 경우 글로벌 해운시장의 운임 상승으로 타 해운사에 반사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분석됐다.

■우량선박 현대상선 인수토록

8월 30일 한진해운 채권단이 자율협약 종료를 결정하자 싱가포르 법원은 5308TEU(1TEU=6m 컨테이너 1개)급 선박 '한진로마호'를 싱가포르 항구에 가압류했다. 한진해운이 직접 소유한 선박으로 회사 측이 다른 선박의 용선료를 지급하지 못하자 선주인 독일 리크머스가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한 것이다. 입항거부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스페인, 미국 등의 해외항구 다수는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을 거부하고 있다. 선박 접안 및 화물 하역 비용의 현금결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진해운은 100척(용선 63척, 사선 37척)의 컨테이너선을 운항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넘어간 후 법원이 자산을 동결해도 한국 법이 적용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압류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무를 갚아야 배를 운항할 수 있는데 당장 방법이 없으니 압류기간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진해운이 보유한 우량한 용선(해외 선주에게 빌린 선박)이나 사선(보유 선박)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삼성 LG 등 대체선박 확보

한진해운의 뱃길이 멈춰서면서 국내 화주들의 대응도 분주해졌다. 글로벌 화물데이터 전문 조사기관인 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북미항로 기준 한국발 전자제품 수출물량의 56%, LG전자는 23.2%를 한진해운 선박을 이용해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화주들은 급히 대체선박 확보에 나섰다.

문제는 한진해운의 매출 90% 이상이 해외 화주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국내 화주들은 국내 해운산업을 고려, 현대상선 배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외국 화주들은 굳이 현대상선을 택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한진해운이 현대상선보다 케파가 크다. 각각 60만TEU, 40만TEU"라며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물량을 소화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운임상승 해외선사 반사이익

한진해운 청산에 따른 운임상승으로 타 선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그간 글로벌 해운사들은 운임 인하 '치킨게임'을 벌여왔다. 특히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라인이 주도적으로 운임을 낮춰 경쟁사들의 시장 퇴출을 유도해 왔다. 결국 한진해운이 치킨게임의 희생자가 된 셈이다.


한진해운은 컨테이너 선복량 규모는 세계 7위지만 아시아~미주 노선 시장점유율은 7%다. 머스크(9%), MSC(7%) 등 글로벌 1, 2위 해운사와 맞먹는 수준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한진해운 퇴출로 미주항로 운임이 27.3%, 유럽항로 운임은 47.2% 급등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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