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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악동' 푸이그의 뒤늦은 후회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31 17:39

수정 2016.08.31 17:39

툭하면 훈련 지각하고 잦은 실책에 마이너 강등
브랜치 리키라는 이름은 웬만한 야구팬들에게조차 낯설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채널 ESPN은 그를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맨'으로 선정했다. 최초의 메이저리그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을 다룬 영화 '42'에서 해리슨 포드가 분한 인물이다.

리키는 1945년 '니그로 리그'에서 뛰고 있던 재키 로빈슨과 계약을 맺었다. 미국인들은 깜짝 놀랐다. 백인과 흑인은 화장실을 따로 쓰던 시절이었다.
흑인과 백인이 한 팀에서 뛰다니. 영화 '42'는 원정경기를 위해 들른 호텔에서 쫓겨나는 로빈슨의 참담함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리키는 최초로 팜시스템(마이너리그)을 도입하기도 했다. 야구 역사가들은 1919년부터 1946년까지를 '리키 시대(Rickey Era)'라고 부른다. 그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야구계는 1992년부터 매년 '브랜치 리키 상'을 제정하여 그를 기리고 있다.

LA 다저스의 '모범생' 클레이튼 커쇼가 2013년 이 상을 수상했다. 상을 타기 위해선 '메이저리그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사회에 나눔을 실천하는 선수나 야구 관계자'여야 한다. 커쇼는 매년 겨울 아프리카에서 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다.

만약 '브랜치 리키 상'과 반대되는 개념의 상을 만들면 어떨까. 즉 '메이저리그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나눔에 인색한 선수'를 뽑는다면. 아마도 '악동' 야시엘 푸이그(26·LA 다저스)가 첫번째 수상자가 될 것이다.

푸이그는 2013년 6월, 말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났다. 첫 30경기서 4할2푼의 고타율에 홈런 7개를 쳤다. 카리브해(푸이그는 쿠바 출신)의 허리케인이 메이저리그를 강타했다. 푸이그는 그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서 2위를 차지했다.

다저스 팬들은 조만간 그가 팀의 간판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다저스는 특히 외국인 선수와 인연이 깊다. 남미의 로베르테 클레멘테, 일본의 노모 히데오, 한국의 박찬호는 모두 다저스가 발굴한 선수다. 그 빛나는 전통을 푸이그가 이어받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이후 푸이그는 확 달라졌다. 툭하면 훈련에 지각했고, 기막힌 호수비를 펼치는가 하면 어이없는 공을 놓쳤다. 베이스러닝도 마찬가지였다. 횟수가 잦아지면 이미 실수는 실수가 아니다.

긍정적 기억보다 부정적 기억이 더 오래간다. 영향력도 크다. 그의 느슨함은 당시 동료였던 잭 그레인키(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발끈하게 만들었다. 수뇌부의 고민은 깊어졌다. 버리자니 아깝고 쓰자니 말썽이고. 딱 계륵 신세였다.

결국 다저스는 버리는 쪽을 선택했다. 득보다는 실이 크다고 판단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특히 화합을 중시한다. 지난 8월 3일(이하 한국시간) 그를 마이너리그로 내쫓았다.


푸이그는 8월 30일 ESPN 매릴 리베라 기자와의 인터뷰서 "마이너리그서 겸손함을 배웠다. 지금은 후회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미 버스는 저만치 떠나갔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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