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이슈분석] 길 헤매는 국민의당.. 중도 버리고 선명성 경쟁에 정체성 '흔들'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31 17:46

수정 2016.08.31 22:09

추경안·사드문제 등 중재 역할보다 갈등 조장
6월 리베이트 파동 이후 당 지지율 반등기미 없어
새로운 어젠다 제시하고 양당과 차별된 모습 보여야
[이슈분석] 길 헤매는 국민의당.. 중도 버리고 선명성 경쟁에 정체성 '흔들'

국민의당이 창당 8개월차에 접어든 가운데 제3당 역할론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중도층 끌어안기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여야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 생산적 정치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진보색채만을 강화해 협상력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창당 기치였던 '중도개혁 제3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도적 색채 잃고 조정역할 미미

8월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최근 중도보수적 색채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권의 대표적인 공조 현안마다 제1야당보다 더 선명한 야성(野性)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조차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 앞장서 철회를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국민의당은 총선에서 중도개혁적 노선을 앞세워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제3당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이슈마다 진보성향을 강하게 드러나면서 당의 중도적 이미지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이에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호남 민심잡기에만 매몰돼 전국정당으로서의 성장을 스스로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남을 기반으로 지역구 의원을 대거 배출하긴 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세를 펼치기 위해서는 호남당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일방적인 호남 끌어안기가 오히려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준 다른 지역 지지자의 소외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도 미미하다. 국민의당은 어느 당도 원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3당체제 국회에서 여야간 거중조정자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원 구성 협상 이후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협상에 있어서도 중재안을 내놓긴 했지만 양당을 설득해 접점을 찾고 협의에 이르는 데에는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국민의당이 사안마다 양당을 오가며 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오히려 갈등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이같은 한계에 봉착하다보니 정책을 발굴하고도 공을 원내 1.2당에 빼앗기는 사례도 줄잇고 있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도 국민의당이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슈를 주도해내진 못했다.

■당 지지도, 25%→10% 급락

국민의당의 한계는 당 지지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지난 2월 창당한 이후 3월 내내 10% 미만의 저조한 지지율을 보였지만 4.13 총선을 기점으로 25%까지 상승하면서 3당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6월초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면서 6월 첫째주 21%에서 7월 첫째주 14%로 떨어졌으며 8월 셋째주에는 10%까지 내려왔다. 안철수.천정배 전 상임공동대표의 사퇴와 선제적인 정책 발표, 비대위의 전국 순회방문 등에도 8월 넷째주 기준 2%포인트를 회복하는 데 그쳤다.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리베이트 파동에 있지만 총선에서 얻었던 정치불신에 대한 반사적인 수혜가 약화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민의당이 '다른 기성정당이 싫어서 선택하는 당'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이 저만의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총선 때의 녹색열풍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오피니언라이브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총선 이후 고조됐던 양당체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다소 완화돼 반사효과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면서 "더이상 반사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정책이나 의회운영에 있어 양당과 차별화된 모습으로 성과를 이뤄내야만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대선 정국에 앞서 국민의당이 대등한 3파전 구도를 형성하지 못하면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조진만 교수는 "대선은 총선보다 집권가능성이 있는 당으로의 표 쏠림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며 "국민의당이 특별한 국면 전환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양대정당을 중심으로 정계가 개편되면서 이들 정당에 의해 휘둘릴 가능성도 커진다"고 내다봤다.

■"국민의당만의 길 찾아야"

전문가들은 국민의당이 어젠다(Agenda.의제)를 주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즉, 국민의당만의 '마이웨이(My way)'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진만 교수는 "양대정당이 중간지대에서 주어진 어젠다에 대해 어느 한쪽 편들기에만 나설 게 아니라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고 끌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각종 현안에 대해 끊임없이 치고 나가야 비로소 '국민의당'이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장선상에서 뚜렷한 자기만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정당이 오랜 기간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관성이 중요한데 국민의당의 경우 아직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조원빈 교수는 "단순히 중간에서 합의만을 종용하고 일관성 없이 이것저것 조금씩 받는 형식적인 중재만으로는 장기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기보단 멀리 보고 당이 가진 색이나 정강, 정책적 방향성 등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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