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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보호무역주의의 확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1 17:55

수정 2016.09.01 17:55

오상봉 전 산업연구원장·국제무역연구원장
[여의나루] 보호무역주의의 확대

최근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회복이 느리게 진행되고 무역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전 세계에 걸쳐 무역구제조치를 통한 수입규제가 2012년부터 증가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하면 세계 무역구제조치 조사개시 건수는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9년 270건을 기록한 이후 2010년과 2011년 각각 202건으로 하락했다가 2012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015년 277건에 달했다. 무역구제조치의 주요 대상품목은 철강·화학 제품 등이며 이들 품목은 세계적으로 공급과잉 상태에 있거나 또는 일부 국가들의 자국산업보호 대상업종들이다.

최근의 보호무역주의 특징은 개발도상국에 의한 수입규제는 물론 선진국에 의한 수입규제도 동시에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대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에 대한 세계 각국의 무역구제조치도 주로 철강·화학 제품 등을 대상으로 증가하고 있고, 종전에는 주로 개발도상국에 의한 제소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선진국으로부터의 반덤핑 제소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세계 경제 및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중국 경제의 고성장에 맞춰 설비를 확장했던 철강·화학 분야 등의 공급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걸쳐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는 배경에는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세계 경제 성장의 부진도 있지만 이와 함께 최근 선진국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세계화에 대한 반대 움직임도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주요 후보들이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짙은 공약들을 발표하고, 영국의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되는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지난 20여년간 순조롭게 진행돼온 세계화 현상이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1900년대 초반 이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세계무역의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세계화는 빠르게 확산돼왔다. 시장개방과 경쟁의 원칙하에 세계적으로 각종 무역장벽이 철폐되면서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이 종전에 비해 더 자유로워지고 국가 간 교역은 증대되었다. 또한 자본과 노동의 국제이동이 용이해지고 중국과 동유럽 등의 후발 개발도상국들이 세계 시장에 새로이 편입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개발도상국의 소득수준은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미국 피터슨연구소(PIIE)에 의하면 1990년대 후반 이후 개발도상국의 약 4분의 3이 선진국의 1인당 GDP 증가율을 앞서기 시작했다. 또한 일부 개발도상국들은 2000∼2011년 기간 중 평균 1인당 GDP 증가율이 3.59%로 미국의 1인당 GDP 증가율 0.65%를 크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의 진행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의 국가 간 경쟁은 과거에 비해 더 치열해지게 되었다. 특히 중국 등 후발 개발도상국들이 낮은 임금을 기반으로 선진국 시장을 잠식하고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선진국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더 좁아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은 산업경쟁력 약화, 일자리 감소, 소득 양극화 등을 경험하게 됐으며 이는 자국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최근의 보호무역주의 확대 움직임은 향후 세계 경제가 회복.안정되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일부 공급과잉에 직면한 산업에서는 보호무역조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세계 각국에서의 수입규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우리 수출제품에 대한 무역구제조치 조사가 실제 규제조치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우리 기업들도 수출지역의 시장동향.정보를 신속히 수집하는 한편 근본적으로 세계시장에서 가격경쟁보다는 품질경쟁을 통해 수출을 증대해 보호무역 대상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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