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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증 환자, 뇌수술 대신 초음파 치료로 증상 개선 가능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2 17:56

수정 2016.09.02 17:56


수전증 환자, 뇌수술 대신 초음파 치료로 증상 개선 가능
특별한 원인 없이 손이 떨리는 수전증(본태성 진전증) 환자들은 행동제약으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지금까지 환자에게 머리뼈를 열고 시행하는 뇌수술 치료법을 실시했지만 두려움으로 수술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수전증을 지닌 환자의 뇌에 초음파를 쬐어 뇌 회로 일부를 차단하는 수술로 증상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팀은 한국, 미국, 캐나다, 일본 등 4개국 11개 임상연구기관의 석학들과 본태성 진전증 환자에게 고집적초음파수술 효과에 대한 공동 임상시험을 시행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전 세계에서 수집된 총 76명의 수전증 환자(평균연령 71.0±8.3세, 평균증상경험기간 16.8±12.3년)를 대상으로 연구를 시행했다. 연구결과의 공정성을 높이고자 환자들은 무작위로 고집적초음파수술을 실제로 시행한 실험군(56명)과 위약치료를 시행한 대조군(20명)으로 나눴다.


연구팀은 떨림 정도를 임상적인 척도로 계량화 한 CRST 측정과 떨림에 의한 삶의 질 평가를 치료 단계는 물론 치료 후 1, 3, 6, 12개월 마다 시행했다.

관찰 결과, 고집적초음파수술 시행 후 3개월이 되었을 때 증상의 개선이 나타났다. 8개 항목으로 구성돼 최대 32점까지 부여되는 CRST 검사에서 실험군은 고집적초음파수술 시행 전 27.7점을 보였다. 하지만 3개월 후 측정에서는 18.1점이 감소된 9.6점을 기록했다. 반면, 대조군은 16.0점에서 15.8점으로 변화했다.

비슷하게 출발했던 실험군과 대조군의 평균 떨림 수치는 수술 3개월 후 평균 8.3점 차이를 보였다. 95% 신뢰도의 5.9~10.7 오차구간에서 0.001보다 작은 P값을 나타내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했다.

환자들의 삶의 질도 높아졌다. 치료를 받은 실험군 환자들은 출혈이나 감염 등 심각한 치료 부작용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36%의 환자가 경도의 보행 장애증상을 보였으며, 38%의 환자가 가벼운 감각 이상을 나타냈으나 수술 12개월 후에는 대부분 호전됐다.

장진우 교수는 "이전에 수전증 환자는 두개골을 열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치료를 거부하는 경향이 높았다"며 "이번 연구로 초음파 치료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유사한 치료방식을 활용한 파킨슨병 등의 운동질환과 난치성 우울증·강박증 같은 정신질환 치료에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고집적초음파수술을 이용한 수전증 치료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지금까지 시행되어 온 뇌심부자극술과 더불어 환자의 증상에 따른 맞춤 선택 치료가 가능해져 치료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 교수팀은 이번 논문 데이터로 활용된 76명의 환자 중 15명의 환자를 연구관찰 함으로써 참가한 11개 연구기관 중 가장 높은 논문 기여도를 보였다.


이번 연구논문은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NEJM'지(IF=55.873) 최근호에 게재됐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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