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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6 17:09

수정 2016.09.06 17:09

[여의나루]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자

이제 며칠만 있으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다. 추석 하면 여러 곳이 생각나겠지만, 장보러 나가던 전통시장이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요즘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추석맞이 전통시장 세일행사 광고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예부터 서민경제를 얘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곳이 전통시장이었다.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거래하던 장소를 벗어나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요, 애환이 서려있는 상징적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저녁을 준비하려는 어머니들이 함께 만나는 즐거운 시간을 제공하기도 하고, 물건 값을 깎으려 흥정하기도 하며 덤으로 얹어주는 재미는 전통시장만의 특별한 체험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전통시장이 웃어야 서민이 행복하다고 하지 않던가.

실제로 2015년 말 현재 전국의 전통시장은 1439개로, 그 안에는 21만개의 점포가 있고 36만명의 상인이 생업을 영위하고 있어 지역경제의 근간을 이루면서 고용의 큰 축을 담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득 증가에 따른 생활패턴 및 소비환경 변화로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홈쇼핑, 인터넷 쇼핑 등 다양한 유통채널이 생겨나면서 전통시장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처럼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던 전통시장을 다시금 육성하고자 정부는 2004년 '재래시장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우선 낙후된 시설을 정비해 고객이 편리하게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주차장, 아케이드 등 시설 현대화를 추진했다. 아울러 대형마트 등과 경쟁할 수 있도록 상인 교육, 공동마케팅, 온누리상품권 등 경영선진화 노력도 병행했다. 특히 2010년부터는 지역문화, 역사자원, 고유 먹거리 등의 관광자원과 결합해 문화관광형 시장, 골목형 시장, 글로벌 명품시장, 지역 선도시장 등 시장별 특성화 발전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시장에 젊은 고객을 유입하고자 이들과 눈높이가 맞는 청년상인의 창업을 적극 유인하고 청년몰 조성, 야시장 개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이제 상당수의 전통시장이 '다양한 문화, 차별화된 먹거리와 서비스, 즐거운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회복하고 고객에게 다시 사랑받는 곳으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정남진 장흥토요시장, 전주 남부시장, 속초 관광수산시장, 부천역곡 상상시장 등이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전통시장이 소비자의 변화된 눈높이에 대응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법을 제정하던 2004년 당시와 비교해도 여건이 많이 변화한 만큼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대책들이 꾸준히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먼저 유커(중국인 관광객) 등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안기 위해 볼거리, 살거리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주요 도시에는 다양한 문화와 특별한 상품을 접할 수 있는 전통시장이 존재하며 대만 타이베이의 스린야시장, 터키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시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전통시장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소비자의 수요에 맞추어 더욱 편리한 쇼핑, 여가 선용, 정보수집과 축제가 어우러진 창조적 문화공간으로 변모해 나가야 할 것이며 정부도 획일화된 지원책에서 벗어나 시장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때마침 정부에서도 외국 관광객 유치 촉진, 창의적 청년상인 참여, 자율상권 육성 및 임차상인 보호, 상품권 및 온라인 유통 활성화 등의 '전통시장 활성화 시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상인, 지자체, 정부가 함께 노력하고 우리 모두의 관심과 성원이 한가위 보름달처럼 둥글게 어우러져 전통시장이 지역주민과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고 사랑받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성진 전 한경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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