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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권한 커진 국회, 효율성도 키우려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13 15:00

수정 2016.09.13 19:56

[여의나루] 권한 커진 국회, 효율성도 키우려면

최근 국정운영의 힘이 행정부에서 국회로 이전되고 있다. 과거에는 행정부가 어떤 정책을 발표하면 대부분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됐다. 그러나 오늘날은 행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최근 입법 동향을 보아도 국회의 영향력이 커짐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정부제안 입법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의원제안 입법이 대부분이다. 14대 국회에서는 의원제안 법률이 정부제안 법률의 60%에 불과했으나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7.2배로 크게 늘었다.


행정부를 감시·견제한다는 점에서 국회의 역할은 중요하다. 국민의 의사를 선출직인 국회의원이 더 잘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포퓰리즘 정책이 많이 나오는 것 등은 우려할 일이다.

첫째, 국회 역할이 커짐에 따라 재정의 규율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세계 많은 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이 낮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국가 신용등급이 올라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재정이 건전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국가부채 비율이 110%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40% 수준이다. 이와 같이 재정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표를 의식한 방만한 예산 편성을 억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각종 공약으로 복지예산이 빠르게 늘고 있다.

행정부의 예산편성 작업은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보다 합리적이다. 예산실 공무원들은 특정 유권자를 의식할 필요가 없으므로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예산을 편성한다.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구와 지지계층의 이익에 중점을 둔다.

둘째, 의원제안 법률은 법률심의 절차가 부실해 저질 입법이 우려된다. 정부입법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각계의 의견이 수렴된다. 예컨대 환경부에서 환경보전규제를 강화하려 하면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그 법령이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문제점을 제기한다. 또한 규제관련 모든 법령은 규제개혁심의회 심의를 거친다. 법체계 등에 대해 법제처의 심의를 받는다.

이에 비해 의원제안 입법절차는 많은 부분이 생략돼 있다. 예컨대 환경관련 규제 법안은 소관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률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하면 끝난다. 안건에 따라 다른 상임위원회의 의견 조회를 하지만 형식에 그칠 뿐이다. 예산이 소요되는 법률에 대해 예결위는 정부의 예산실과 같은 견제기능을 전혀 못한다. 아울러 국회에는 정부의 규제개혁심의회 같은 기구도 없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국회 역할이 커짐에 따라 국정운영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문제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몇 가지 대안을 예시적으로 제시한다.

첫째,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재정적자를 일정수준 이하로 규제하는 등 재정건전화 법령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 의원입법에도 규제개혁 심의절차를 도입해 과도한 규제가 남발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근본적으로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한다. 전체 국익을 위한 국회의원이 선출될 수 있는 선거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역이기주의 극복을 위한 중.대 선거구제 도입과 정당 공천방식 개혁도 필요하다.
의원들의 책임 있는 입법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김영란법'식의 의원입법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최선의 정치제도라고 하지만 잘못 운영되면 포퓰리즘으로 흐르게 된다.
국회의원이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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