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한진해운 사태, 전화위복 계기 되길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18 16:45

수정 2016.09.18 16:45

[데스크 칼럼] 한진해운 사태, 전화위복 계기 되길

한진해운 물류대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행'을 기다린 듯 세계 곳곳에서 한진해운 소속 선박이 입항을 거부 당하고, 하역작업도 못하는 등 발이 묶였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던 정부와 채권단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금융당국이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 대주주에게 무한책임을 요구하며 압박했고, 결국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재 출연과 대한항공을 통해 1000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런 와중에서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전담 법원의 자금지원 요청을 '담보 없이는 빌려 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러는 사이 80척이 넘는 한진해운 소속 선박들은 닻도 못 내린 채 공해상에서 추석을 맞았다. 선원들은 추석 명절에 끼니를 걱정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10일 미국 법원이 우리 법원의 '선박압류 금지(스테이 오더)'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기대를 품었지만 선박압류가 해제된 배는 1척에 그쳤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20여일이 됐다. 이제는 물류대란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나라 수출경쟁력을 위해서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의식해 곧바로 대책 마련에 들어갔고, 우여곡절 끝에 대주주도 나서 정상화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감을 품게 하고 있다.

우선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대주주와 한진그룹에만 맡겨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든지, 긴급히 재정을 투입하든지 결정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외국 거래처도 안심하고 하역이나 정박을 허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현대상선의 가용선박을 최대한 활용해 투입하고, 용선시장에서 컨테이너선을 빌려 물동량이 가장 많은 미주노선에 투입해 급한 불을 꺼야 한다.

산업은행과 채권단도 무조건 자금지원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물론 채권단 입장에서는 아무런 담보도 없이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적인 비상상황이고, 국가신용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채권단도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지원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진해운의 우수 인력과 해외 영업네트워크도 잘 보호해 경쟁력을 살리는 것도 정부와 채권단의 몫이다. 한진해운은 국내 1위, 해외 7위의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비록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해도 우수 인력과 해외 영업망은 잘 보전해 훗날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현대상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돈 되는 것은 다 팔아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알짜 매물을 모두 팔았다. 지금 현대상선은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수익이 될 만한 것은 모두 팔아서 앞길이 막막한 실정이다.


이번 한진해운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채권단 등 금융권에서는 금융논리만 내세우기보다 해운산업의 특성을 잘 파악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정부도 100년 앞을 내다본다는 심정으로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속담을 다시금 새길 때다.

shin@fnnews.com 신홍범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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