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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후진국 한국..국민 3명 중 1명 잠재적 환자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19 17:25

수정 2016.09.19 22:39

과거 영양부족으로 발병
현재는 면역력약화가 원인.. 의료기관.국민 무관심 한몫
집단시설 발병 최근 급증.. 사전 관리로 예방이 최선
감염땐 6개월 이상 치료를
결핵 후진국 한국..국민 3명 중 1명 잠재적 환자

국민 10만명당 결핵 발생률(86명), 유병률(101명), 사망률(3.8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 대한민국의 결핵 관련 지표다. 더 나아가 학교 등 교육시설과 군부대, 심지어는 의료기관에 이르기까지 집단시설에서의 결핵발생이 끊이지 않고 되레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 3명 중 1명이 잠재적 결핵환자(잠복결핵감염자)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대표적인 후진국병으로 알려진 결핵이 국민보건을 위협하고 있다. 1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보육시설.학교.군부대.의료기관등 집단시설에서의 결핵발생이 2013년 3265곳에서 2015년 7259곳으로 최근 3년 동안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결핵 전파 뿐 아니라 잠복결핵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결핵 환자 600명과 접촉한 의료진에 등에 역학조사를 시행한 결과, 결핵 확진자 139명, 잠복결핵보균자는 2950명으로 추정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내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과 40세를 대상으로 잠복결핵검진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결핵 퇴치에 나섰다.

대한결핵협회 결핵연구원 신소연 진단검사의학부장은 "우리나라 잠복결핵감염자가 국민의 3분의 1가량으로 대상이 엄청난 데 비해 예산은 한정돼 결핵환자가 발견되면 주변 역학조사를 통해 잠복결핵감염 검사를 실시했다"며 "하지만 선진국의 경우 대상 자체가 적기 때문에 잠복결핵감염자의 예방화학치료에 주력하고 있어 점차 우리나라도 잠복결핵 예방 쪽으로 정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잠복결핵 환자 10% 결핵 발병

결핵은 폐결핵 환자가 기침할 때 가래에 결핵균이 공기 중에 떠나가다가 다른 사람의 폐에 들어가면서 생긴다. 잠복결핵은 결핵환자와의 접촉으로 인해 결핵균에 감염돼 결핵균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감염이 되지 않은 상태다. 보통 결핵환자와 접촉하면 이 중 30%가 잠복결핵감염이 되고 이후 5%가 2년 이내, 나머지 5% 정도가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결핵환자의 30% 정도가 20~30대로 전형적인 후진국형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심윤수 교수는 "과거에는 영양부족이 결핵 발병의 원인이었지만 요즘에는 스트레스나 불규칙한 생활, 다이어트, 과로로 면역력 약화 등이 새로운 원인"이라며 "청소년이나 젊은 층도 과도한 입시, 직장 스트레스와 운동부족으로 인한 체력의 저하, 불규칙한 식사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고 PC방이나 사무실 등 실내생활 위주로 바뀌면서 결핵 감염이 용이한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단은 대부분 흉부 X-선 사진을 찍거나 가래검사를 하고, 특히 소아는 결핵균의 단백질 성분을 팔에 주사해 2~3일 후에 나타나는 반응을 통해 결핵균이 몸 안에 들어온 적이 있는 지 알아보는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를 한다. 결핵환자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객혈이 나타나는 경우는 실제로는 많지 않다.

■결핵, 온몸 어디든 생길 수 있는 전신질환

결핵이라고 하면 흔히 폐결핵을 생각한다. 하지만 결핵은 우리 몸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는 전신 질환이다. 폐 외에 결핵이 주로 생기는 곳은 흉막, 임파선, 뇌, 척추, 관절, 신장, 간, 대장, 복막 및 생식기 등이다. 결핵이 발병한 부위에 따라 증상과 진단,치료법도 다르다. 결핵은 상당부분 진행돼도 전혀 증상이 없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기침과 가래, 피로감, 미열, 체중감소 등이 폐결핵의 초기 증세기 때문에 감기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전 국민이 관심 가져야 해결가능

결핵은 공기 중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예방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전염성 결핵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받도록 함으로써 전파기간을 단축시켜야 한다. 또 반드시 생후 1개월 이내에 BCG 예방접종을 받아 소아 결핵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예방접종은 10~15년 정도 발병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본인이 잠복결핵감염자인지 검사를 통해 알아보는 것도 좋다.

또 결핵균 감염자 중 일부만 결핵이 발병하기 때문에 발병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예방적으로 결핵약을 복용함으로써 발병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핵은 단기간에 완치가 쉽지 않고 보통 6개월 이상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증상이 약해졌다고 약물치료를 중단하거나 소홀히 하면 결핵이 재발해 치료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따라서 규칙적이고 꾸준한 투약이 중요하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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