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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칼럼] CEO 연봉 논란, 진짜 문제는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0 17:22

수정 2016.09.20 17:22

[한미재무학회칼럼] CEO 연봉 논란, 진짜 문제는

미국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을 정치적 문제로 제시하고 있다. 클린턴은 "CEO 연봉이 일반 근로자의 300배가 넘는 것은 무언가 잘못 되었다"고 선언한다. 트럼프도 그런 CEO 연봉은 완전히 말도 안되는 것이며 창피한 일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영국의 총리 테레사 메이도 CEO 연봉 억제를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바 있다. CEO 연봉이 정치문제화되는 이유는 부의 불균형 확대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먼저 CEO 연봉을 공개하고 일반 근로자의 연봉을 몇 배 이상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종업원을 대표하는 이사들을 두어 CEO 연봉을 결정하는 이사회에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 해결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1978년에 CEO 연봉을 공개했을 때, 몇몇 CEO들의 연봉계약에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 조항이 포함돼 있는 것이 밝혀졌다. CEO가 물러날 때 연봉의 몇 배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하는, 말 그대로 황금낙하산을 타고 떨어지는 것이다. 이를 본 다른 CEO들은 자신들의 연봉계약에도 황금낙하산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CEO연봉을 100만달러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 이하로 받던 CEO들은 연봉을 100만달러까지 끌어올렸고, 그 이상을 받던 CEO들은 연봉을 낮추는 대신 다른 명목의 보상을 추가시켰다. 2009년에 오바마 대통령도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들에 대해 CEO 연봉이 50만달러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황금낙하산 조항도 규제했다. 하지만 유능한 CEO들은 그러한 규제를 피해 다른 기업으로 옮겼다.

모든 CEO의 연봉을 공개하면 저연봉 CEO들은 연봉 인상을 요구할 것이다. CEO 연봉이 종업원 연봉의 몇 배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면 저연봉 종업원을 해고하거나 비정규직으로 돌려 종업원 연봉 대비 자신들의 연봉 비율을 내리려 할 것이다. 아니면 연봉 대신 다른 명목으로 자신들의 보상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기업의 목적은 주주의 부를 증대시키는 것이다. 그러려면 종업원들을 정당하게 대우하고 그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종업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 때 생산성도 높아지고 장기적인 수익도 증가하는 탄탄한 기업이 될 수 있다. 주주의 부를 창출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종업원들을 착취하거나 고객들을 현혹시켜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집중하는 부분은 단순히 CEO 연봉이지만, 주주들의 관심은 과연 CEO 연봉이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사람들은 스포츠나 연예계에서 막대한 연봉을 받은 스타들에 대해선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들의 높은 인기가 이를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CEO 연봉은 주주들이 지급하는 것이다. CEO 연봉이 높더라도 주주들에게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준다면 주주들은 개의치 않을 것이다. 연봉 금액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당한 연봉 기준이 필요하다.

궁극적 해결책은 CEO와 이사회의 윤리의식 회복이다.
자신들이 회사의 주인이 아니라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임을 명심해야 한다. 비윤리적인 연봉이나 경영을 묵인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회사를 위협하는 요인임을 알아야 한다.
CEO들은 정당한 연봉 이상을 요구하지 말고 이사회는 터무니없는 CEO의 연봉을 묵인하지 말아야 한다.

변석구 베일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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