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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의 소비자경제] 경제민주화도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2 17:16

수정 2016.09.22 17:19

[이성구의 소비자경제] 경제민주화도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라

2012년 박근혜 대통령 집권의 경제정책 프레임이었지만,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비판받기도 하는 경제민주화가 4년 만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바뀌며 재벌을 견제하고 대·중소기업 상생을 추구하는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등 122인, 그리고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등 20인이 발의한 두 개의 상법개정안은 다중 대표소송제를 도입해 자회사 경영진의 부정행위가 있을 때 모회사 소수 주주들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통해 소수 의견을 반영한 이사도 선임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제고하고,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해 소액주주들이 원격으로 의결권을 행사토록 하는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상법 개정안들은 구체적, 기술적 내용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투자자들의 의결권과 감시권을 활용해 재벌 권력과 부정행위를 감시하는 장치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직접 규제보다 시장친화적으로 볼 수 있고, 기업공시제도 강화 등으로 투자자의 알 권리를 강화한다면 투자자 선택을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전 대표는 때마다 경제민주화를 강조해 왔고 최근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한 규칙 아래서 상생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기본 목표"라면서 "시장경제에서는 능력자에게 부가 집중될 수밖에 없으므로 (중략) 지나치게 집중된 경제세력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사회를 방치해서는 안되며, 그렇게 되지 않도록 의사결정과정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번 상법 개정안 내용은 소수가 전횡하여 투자자의 이익을 해치는 재벌의 의사결정과정을 치유하려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재벌정책 내지 경제력 집중 억제정책은 그 목표를 명확하게 갖지 못하고 표류해온 측면이 있다. 정치.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라 대주주의 과도한 지분 분산, 업종전문화, 기업구조조정, 기업지배구조 개선, 부당지원행위 내지 일감 몰아주기 금지, 갑을관계 폐해 개선 등으로 중점이 바뀌거나 때로는 상호 모순된 목표를 노출하기도 했다. 재벌 문제를 단지 경제력이 크거나 집중된 것으로만 파악하고, 재벌의 어떤 문제가 시장실패 혹은 경영실패를 가져오는지는 깊이 고민하지 않은 결과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목적이 소수의 전횡과 무책임 경영으로부터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즉 재벌 문제로 인한 경영실패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 대·중소기업 상생의 목적도 갑질이나 재벌 문제로 인해, 소비자들이 좋은 상품을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사업자를 선택하기 어렵게 되는 시장의 실패를 방지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애덤 스미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소비는 생산의 유일한 목적일 수밖에 없고, 생산자의 이익은 최종적으로 소비자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범위에서 고려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경제민주화도 궁극적으로 전체 국민이기도 한 소비자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어야 하고, 아쉬운 것은 아직도 재벌정책의 추진에서 소비자의 권리에 대한 고려는 미흡하다는 점이다.

yisg@fnnews.com 이성구 fn소비자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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