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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초저금리 시대, 팍팍한 삶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3 17:39

수정 2016.09.23 17:39

임광복 증권부 차장
[여의도에서] 초저금리 시대, 팍팍한 삶

#. 가계가 세금을 낸 후 가처분소득을 모두 모아도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16.1년이 걸린다. 아파트 중간가격은 서울이 5억2000만원으로 가장 높다. 서울의 가구 평균소득은 연 4100만원이다.

#. 서울에서 아파트 전셋값을 마련하려면 급여를 7.1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한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7800만원이다. 대기업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3893만원, 중소기업은 2455만원이다.


요즘 청년들은 부모의 도움 없이 월급을 모아 결혼하고, 집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러다보니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24명으로 일본(1.42명)에도 뒤진다. 여윳돈이 없으니 노후대비도 최악이다. 노인 절반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노인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1위다. 소득은 적고, 집값은 오르고, 미래가 불투명하니 소비를 줄인다. 소비가 줄어드니 세금도 줄고 국가경제도 어렵다. 가계 빚은 올해 말 13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과거에는 노동으로 번 돈을 예금 등 금융으로 불려 내집마련 및 소비에 나섰지만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초저금리로 자금이 플러스 알파(α) 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시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요즘 돈이 다시 예금에 몰린다고 한다. 이래서는 무주택자의 내집마련이나 노후대비는 더욱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박스권을 지속하는 등 마땅한 투자처가 없긴 하지만 금융상품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다는 목소리를 낸다.

우선 가계 자산증식을 위해 탄생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빈약한 세제혜택 등으로 잡음만 커지고 있다. 먼저 시행한 영국, 일본에 비해 세제혜택이 적고 가입장벽도 높아 부정적 인식이 크다. 결국 불완전판매, 깡통계좌, 수익률 공시오류 사태가 불거졌다. 기획재정부가 세수부족을 이유로 세제혜택에 소극적이지만 이미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 재형저축펀드 등의 실패를 경험한 뒤다.

최근 경북 경주 지진 이후 일부 손해보험사가 지진보험 판매를 중단했다가 철회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약관상 여진에 대한 보상이 없어 뒤늦게 가입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며 한시적으로 판매를 제한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해지니 가입을 못하게 한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자 이를 철회했다.

한때 휘몰아쳤던 변액연금보험 열풍도 일부 고객을 힘들게 하고 있다. 변액연금보험은 보험설계사와 보험사 사업비용 등으로 매달 10%가량의 선취수수료를 떼는 상품이다. 매달 50만원 납입 시 10%인 5만원은 보험사가 떼가고, 나머지 45만원으로 투자수익을 올려야 한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최근 1년(2015년 6월 20일~2016년 6월 20일 기준) 변액연금보험은 평균 -12.23%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국내 보험시장이 보험설계사 등 외판원 위주로 성장해 설계사들이 고객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이 되는 상품 위주로 판매한다는 불신도 있다. 증권사도 비슷하다.
고객 이익과 증권사 이익의 불합치로 주식 등의 거래를 늘려 수수료가 많이 발생할수록 직원에게 유리하게 운영된다는 것이다. 월급만으로 해소할 수 없는 현실의 팍팍한 삶을 금융이 시원하게 뚫어줄 묘책은 어디에 있을까.

lkbm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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