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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이스라엘 벤처가 강한 이유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6 17:05

수정 2016.09.26 17:05

[fn논단] 이스라엘 벤처가 강한 이유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이스라엘 벤처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한다. 특히 지난 2013년 구글이 이스라엘 벤처, 웨이즈(지도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를 13억달러란 거액에 인수하면서부터다. 이스라엘 고유의 창업문화, 소위 '후츠파정신'은 많은 이스라엘 벤처기업을 '벤처의 메카', 실리콘밸리로 진출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말 현재 실리콘밸리를 거점으로 하는 이스라엘의 창업기업들은 이미 128개사. 이스라엘의 적은 인구를 고려하면 다른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창업기업 액셀러레이터인 'UpWest Labs'은 2012년부터 4~6개월 프로그램을 통해 벤처창업을 돕고 있는데, 이스라엘의 경우 프로그램 참여기업의 무려 70%가 투자를 받을 정도로 성공률이 높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지원에 힘을 쏟고 있지만 여간해선 투자받기 어려운 중국, 일본, 독일 등의 입장에서 보면 부럽기 짝이 없는 셈이다.


그럼 왜 이렇게 이스라엘 창업기업이 실리콘밸리에서 강할까. 전문가들은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실리콘밸리와 같은 글로벌시장에서 목표와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첫째, 목표시장의 명확성이다. 이스라엘 벤처기업들은 이스라엘에서 내로라하는 우수 벤처이면서도 이스라엘이 아닌 미국을 주요시장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사업할 게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오지 않는다.

둘째, 팀을 구성할 때 역할과 지역기반을 명확히 구분한다는 점이다. 역할의 경우 특히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최고경영자(CEO)와 기술책임자인 최고기술책임자(CTO)의 구분이 대표적이다. 단기적으론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려면 역할분담이 신뢰를 얻는 데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셋째, 미국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제고를 꼽는다. 실리콘밸리에 올 정도면 대부분 영어 사용에 별 문제 없다고 하지만 외국인인 이상 현지인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다 이해하긴 어렵다. 'Talk English와 Talk American'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지 뉘앙스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털로부터 지속적으로 조언을 받는데, 특히 실리콘밸리의 비즈니스 습관에 대해선 집중적으로 학습한다고 한다. 넷째, 실리콘밸리 현지 네트워크의 형성이다. 해당 산업, 투자업계에서 주최하는 포럼이나 이벤트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현지 네트워크나 이너서클에 가입하려는 노력을 계속한다.
우리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국인, 한국 기업과의 연결을 우선시하는 일이 많지만 이스라엘 기업들은 반대로 현지 본류에 파고드는 걸 네트워크 형성의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셈이다.

아무튼 이스라엘 벤처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서 환영받는 이유는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이런 적극적인 자세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리콘밸리 진출을 꿈꾸는 우리 벤처기업인들이 한번 곱씹어볼 만하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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