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김영란법 시행] “꼬투리 잡히지 말자”.. 기업들, 꺼림칙하면 일단 스톱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7 17:16

수정 2016.09.27 21:40

기업 대외부서 '혼란'.. 업종별 유권해석 불구 불분명한 사안들 많아
홍보.대관조직들 위축
경비.조직 축소 불가피..판공비.예산 대폭 줄며 인력 감축說 등 나돌아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삼청동 와인레스토랑 로마네꽁띠에서 김영란법 시행을 맞아 1인 기준 3만원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김영란법에 접촉되지 않도록 고급 와인을 잔술로도 판매한다. 사진=박범준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삼청동 와인레스토랑 로마네꽁띠에서 김영란법 시행을 맞아 1인 기준 3만원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김영란법에 접촉되지 않도록 고급 와인을 잔술로도 판매한다. 사진=박범준 기자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으로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일선 기업들의 홍보와 대관 조직들이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일대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대외업무 조직은 기자나 공무원 등 김영란법 규제대상을 상대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직무연관성이 높지만 경계가 모호한 '회색지대'가 많다보니 법 테두리 안에서 기업 홍보와 대정부 활동 위축을 최소화할 묘책들을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 기업에선 대외업무 부서의 접대비 등 판공비 삭감은 물론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28일부터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대다수 기업이 대외 창구를 맡고 있는 홍보와 대관 부서를 대상으로 집중 교육을 하고 법 위반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단속하고 있다.

특히 관련 법령과 입법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업종별 사례집 및 다양한 유권해석에도 법 위반 여부가 불분명한 사안이 많아 대외활동 부서들은 극도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SK 관계자는 "그동안 계열사별로 출입기자들에게 제공했던 주차 지원을 28일 이후부터 없애기로 했다"며 "주차 지원이 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받지는 않았지만 혹시라도 우리 회사가 판례에 들어갈 꼬투리를 잡힐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삼성, LG, SK 등 주요 그룹과 계열사들은 매년 하반기에 진행했던 체육대회나 등산 등 언론과의 친목행사도 모조리 없앴다.

경제단체 홍보 관계자는 "권익위가 기자와 3만원 이하 식사를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기사 청탁은 안 된다는 해석을 내놨다"며 "홍보업무라는 게 언론에 기업활동 등을 적극 알리는 건데 기사 청탁을 못하면 어떻게 일하라는 거냐"고 따졌다.

권익위의 유권해석이 지연되거나 법 테두리를 오가는 회색지대가 많아 기업활동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전자 대기업 관계자는 "10월에 신제품 출시에 맞춰 미디어행사를 가질 계획이었지만 김영란법에 저촉된다는 것이 너무 많아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대관팀장은 "당구 게임비는 되고 금액상 같은 스크린골프 게임비는 안 되는 것인지, 공무원과 식사한 뒤 기업 대관직원이 5000원도 안 되는 택시비를 지급하는 것도 불법인지 등 법으로 다룰 수 없는 수많은 경우들이 널려 있다"며 "일단 연말까지는 공무원을 직접 만나는 활동은 일절 금지하는 걸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대외업무 부서들의 경비와 조직 축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업계 홍보 관계자는 "조만간 내년도 홍보예산을 꾸려야 하는데 벌써부터 재무팀에서 예산을 대폭 줄이겠다는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며 "그동안 접대비에 포함됐던 골프나 저녁자리 등이 금지되면서 홍보비 삭감을 막을 명분이 사라졌다"고 걱정했다.

전자업계 대관 담당자는 "김영란법은 사람 만나는 게 고유 업무인 홍보와 대관팀의 손발을 묶는 법"이라며 "회사 안에서 대관업무 축소로 인력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는 소문들이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아직도 권익위조차 유권해석을 미루거나 아예 판례에 맡기는 등 법령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경우가 많다"며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와 권익위의 조속한 유권해석, 사법부의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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