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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아동수당이 출산율을 높여줄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8 17:22

수정 2016.09.28 17:22

[fn논단] 아동수당이 출산율을 높여줄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아동수당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0~6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안을 내놓은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0~12세 아동에게 최대 30만원의 바우처를 지급하는 내용의 아동수당법 제정을 주장했고, 새누리당도 6~12세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당론 차원은 아니지만 저출산대책의 일환으로 검토 단계에 들어간 것은 분명하다.

2005년 저출산 문제가 부각된 이후 150조원 내외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2015년의 합계출산율은 1.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비장의 카드로 내놓은 것이 아동수당이라는 점에서 재원대책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만으로 마냥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과거 선진국의 경험으로 볼 때 노인을 위한 기초연금이 도입돼 시행되고 있는 만큼 아동수동에 대한 논의도 자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동수당을 저출산대책 차원에서 제기하고 있지만, 선진 복지국가에서는 어린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은 노령, 질병, 실업 등 각종 사회적 위험에 대한 국가책임과 함께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서유럽 및 북유럽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지 않는 이유는 아동에 대한 국가들의 광범한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아동수당을 도입한다고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인가?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기 위해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모아 자녀에게 올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월 몇십만원의 돈을 더 지급한다고 하지 않던 결혼을 하고, 없던 출산계획을 바꿀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한심하다.

양극화 현상은 자녀에 대한 투자 수준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집에서 자녀에게 쓰고 있는 돈은 다른 집에 비해서는 항상 모자라고 부족하다. 돈이 더 있으면 자녀에게 더 쓰고 싶은 것이 한국의 부모 마음이다. 가령 2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한다고 하면 자녀 양육이 필요한 비용이 경감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자녀에게 썼던 돈에 더 붙여 더 쓸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부족한 것은 여전할 것이다. 한국은 자녀 양육에 있어서 상대적 박탈감이 근본 문제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보편적 아동수당이 출산율 제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아동수당 도입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므로 재원조달방안이 당연히 마련돼야겠지만 정책 기술적으로도 아동수당은 기존 보육시설을 통한 100% 국가책임 보육정책과 함께 검토돼야 한다. 과거 아동수당 대신 보육시설 지원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아동수당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기존 정책과의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과거 '아시아의 4마리 용'이 모두 저출산 늪에 공통적으로 빠져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저출산 원인이 젊은이의 팍팍한 삶의 현실에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만큼 저성장 속에서도 국민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가 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일 수 있는 것이 저출산 정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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