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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첫날] 민원폭주 '대혼란'..권익위조차 유권해석 못내려 답답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8 17:35

수정 2016.09.28 21:49

문의전화 빗발친 권익위.. 사무관 한명이 전화 400통
속 시원한 답변 못해 ‘쩔쩔’
기존 법과 충돌 위험 있어 권익위원장까지 직접 확인
학교·부처·공기업 담당관들 "판례 쌓일때까지 살얼음판"
法보완 서둘러 혼란 막아야
"오늘(28일) 김영란법 관련 문의 전화 400여통을 받았습니다. 이날 e메일, 우편 등을 통해 접수된 공문도 수백건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 '청탁금지제도과' A사무관이 밝힌 일명 김영란법과 관련, 폭주하고 있는 민원을 놓고 하는 말이다.

이날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청탁금지법 전담부서인 청탁금지제도과가 법 시행일에 맞춰 신설됐다. 권익위는 청탁금지제도과를 중심으로 부정청탁.금품수수 금지 관련 제도의 수립.개선, 각급 공공기관의 청탁금지법 관련 업무지원, 법령에 대한 유권해석, 법 위반행위 신고에 대한 접수.처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즉각적인 해결을 위한 전화문의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민원안내콜센터 110의 안내를 통하거나 권익위 내 청탁금지제도과로의 직접문의가 수천건에 달한다.

하지만 권익위는 폭주하는 문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관련 문의가 시행 이후 잦아들기는커녕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평소 하루에 수십통 수준이던 전화문의가 법 시행 첫날 수천통으로 치솟았다.

폭주하는 문의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 관계자는 "헌재 판결 직후 급증했던 문의가 이후 조금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며 "통화 연결이 어렵다는 민원도 많지만 현재로선 모든 문의에 대응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메일 등을 통해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공문도 급증세다. 이날 공문을 통해 접수된 청탁금지법 관련 민원은 수백건에 달한다. 지난 일주일(평일 기준) 동안 평균 수십건에 비해 최소 5배 늘어난 상황이다.

통상 한 공문에 3~5가지 문의사항이 함께 올라와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도 수백건 문의가 공문을 통해 들어오는 셈이다. 공문 민원 역시 현재 인력으로 다 확인이 어려울 정도라는게 권익위 측의 설명이다. 신설된 청탁금지제도과에는 모두 12명(과장 포함)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절대적인 양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개별 사안에 대한 유권해석이 까다로운 점도 권익위가 답변에 애를 먹는 이유다.

주무부처인 권익위의 답변이 유권해석의 성격을 가지는 만큼 자칫 기존 법과의 충돌이나 해석상의 문제가 발생할까봐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감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의 경우 권익위원장까지 직접 확인한 후에 답변을 내는 등 관련 절차도 복잡해졌다.

권익위 관계자는 "처음 적용 대상과 시기, 과태료 부과 등 처벌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문의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구체적인 사례가 청탁금지법 위반인지 유권해석을 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사례가 워낙 방대한데다 민감한 사안의 경우 위원장에게도 자문을 구하는 등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선 부처는 물론 공기업, 언론.교육계 청탁방지담당자들은 여전히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 B초등학교의 청탁방지담당관은 "권익위에 유권해석을 구하고 있으나 답변이 늦어지고 있다"며 "권익위의 유권해석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 청탁금지법은 개별 사안마다 판단이 다 달라지고, 법률가도 아닌 우리가 어떻게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겠느냐"고 답답해했다.

공기업 감사실 직원은 "애매한 부분을 문의하면 권익위도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판단을 내리겠느냐"라고 걱정했다.


경제부처 감사담당관은 "권익위도 잘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준비해 봐야 어떻게 될지는 결국 닥쳐봐야 안다"며 "법원의 판례가 어느 정도 쌓이기 전까지 최대한 조심하면서 흘러가는 분위기를 유심히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yoon@fnnews.com 윤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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